초빙교수 임용 지연 등 부작용… 2학기 강의 일정에 차질 우려
학교 구성원들 긴급총회 열고 과기부의 표적감사 중단 촉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장기간 감사로 초빙교수 임용이 지연되는 등 학사 행정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이 학교 구성원들은 과기부의 감사를 ‘표적감사’와 ‘부당감사’로 규정하고 감사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1일 DGIST와 이 대학 교수협의회 등에 따르면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진행하던 프로그래밍(컴퓨터), 영어, 물리 분야의 초빙교수 임용 절차가 중단됐다. 과기부의 감사로 총장 최종 면접 일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3일 개강까지 불과 2주밖에 남지 않아 강의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학교 구성원들은 행정 업무 전반이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감사가 계속 길어지고 있는 데다 과기부 감사관이 많은 양의 자료를 요구해 각 부서마다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 구성원들은 20일 대강당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감사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교수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날 총회에는 교수와 연구원, 직원, 학생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16일 교수협의회가 먼저 성명을 낸 것에 이어 다른 구성원들도 과기부의 감사를 규탄하는 데 동참한 것이다. 총학생회는 교기를 들고 총회장에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과기부 감사의 부당함과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교수협의회의 성명 발표와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과기부가 감사를 중지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범위를 확대하고 기관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뭐라도 찾아내기 위한 표적감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전 구성원은 기관의 독립성을 지키고 이번 감사의 부당함을 다시 알리고자 한다”며 “기관장을 포함한 기관에 대한 일방적인 부당 감사는 과학기술 강국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원을 흔들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기부는 부당감사를 중단하고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라”며 과기부와 총장은 감사팀에 의한 사임 압박이 있었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표적감사 중단하라’, ‘기관 흔들기 중단하라’, ‘대학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과기부는 지난달 2일부터 DGIST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 손상혁 총장(65) 사퇴 압박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손 총장은 사흘에 걸친 독대 조사를 받고 일주일가량 병원에 입원했고, 처장급 보직자들도 사퇴서를 냈다.
하지만 과기부 측은 이 학교 구성원들의 부당감사 주장을 일축했다. 과기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연구비 부당집행과 연구과제 편법수행, 부패행위 무마 시도, 정규직 전환 과정 특혜, 펠로(Fellow) 임용과 같은 의혹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민원이 제기되면서 착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다 보니 기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감사관이 총장에게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한 사실이 없고 감사도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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