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에 태양광… ‘에어컨 갈등’ 풀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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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4년내 4500곳 무료 보급… 전기세 月 1만원 절약 효과
‘찜통 경비실’ 논란 해소 기대

16일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의 경비실 옥상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16일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의 경비실 옥상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주민들도 전기세 무서워서 맘대로 못 트는데 우리가 실컷 틀기는 눈치 보이지.”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20년 된 소규모 아파트 경비실에 근무하는 한무희 씨(76)는 고개를 내저었다. “올여름 더위는 어떻게 견디셨냐”는 질문에 한 씨는 “시멘트 지붕으로 그대로 햇빛이 쏟아져 2평 남짓한 경비실은 찜통이 된다”며 “지금은 단종됐을 정도로 오래돼 시원찮은 에어컨마저 제대로 틀지 못했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이 아파트 경비실 옥상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 2개가 설치됐다. 서울시는 이번 달 소규모 공동주택 단지(300가구 이하) 경비실을 에너지 취약시설로 분류하고 미니 태양광 발전소 무상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을 가동하기 어려운 경비실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발전해 냉방 기구를 부담 없이 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아파트 관리소장 이계순 씨(62·여)는 “인터넷에 난 공고를 보고 날도 더운데 경비원과 주민 간에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에어컨을 틀 수 있을까 기대하며 (발전기 설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비실 옥상에는 한 시간에 걸쳐 305W짜리 미니 태양광 발전기 2기가 설치됐다. 가로 1.6m, 세로 1m 크기의 검은색 판 안에 60개의 정사각형 모양 셀(cell)이 들어 있다. 태양광 설치 업체 솔라테라스 최정동 대표는 “패널에서 햇빛을 받으면 셀 안에서 입자 운동이 일어나며 (+)와 (―) 에너지를 만든다. 만들어진 직류 전기를 인버터로 가정에서 쓰는 교류전기로 바꾼 후 그 전기를 콘센트에 연결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11시경 설치가 끝나자마자 햇빛을 흡수한 발전기 뒤편 숫자판에 ‘PWO 240’이라는 글자가 떴다. 실시간으로 발전되는 전기에너지가 240Wh라는 의미다. 시 관계자는 “요즘 같은 폭염에는 미니 태양광 발전기 300W급 2개에서 6평형 벽걸이 에어컨은 최대 4시간, 선풍기는 하루 종일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가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시는 10일 서울시 청사와 마포자원회수시설,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중랑물재생센터 등 4개 태양광 발전시설을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달 발전량이 지난해 7월과 비교해 40% 이상 증가한 2만480MWh였으며 발전 시간도 하루 평균 1.07시간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미니 태양광 발전기 설치가 폭염 취약시설 경비실의 해결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주민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경비실에 설치한 미니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아파트 공동 전기에 포함돼 해당 전기가 경비실에서 쓰이는지 당장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석 달 전 일찌감치 경비실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 1기를 설치해 올여름을 보낸 마포구 망원동의 공동주택 경비원 정태훈 씨(61)는 “대략 한 달에 1만 원가량의 전기세가 절약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주민들이 경비실 냉방을 배려해줄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경비실 1000곳, 2022년까지 4500곳에 미니 태양광 시설을 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어용선 태양광사업팀장은 “공고를 낸 7일부터 20일까지 공동주택 미니 태양광 시설 설치 신청이 450여 건 들어왔다”며 “태양광 시설 설치가 적합한 곳인지 현장 조사를 거쳐 설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태양광 시설 설치 신청을 9월 말까지 받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경비실#태양광#에어컨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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