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파견 판사, 2016년 주요 헌소사건 재판관 개별 입장까지 행정처장에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檢, 대법원PC서 문건 확보… 해당 부장판사 22일 소환조사

2016년 2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새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하자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가 헌재 사건에 대한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신임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최근 대법원 PC에서 ‘헌법재판소 주요 사건 심리 경과보고(대외비)’라는 제목의 A4용지 10여 쪽 분량의 문건을 입수했다. 업무보고 형태로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진행 중인 사건, 선고 예정 사건, 아직 심리하지 않은 사건 등으로 헌재 사건을 분류해 놓고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재판소법에는 평의 진행 과정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으며, 검찰은 헌재 파견 판사가 이 같은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이 신임 법원행정처장 보고용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대법원 고위 관계자가 관여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헌재 파견 판사였던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을 20일 압수수색한 검찰은 22일 오전 10시 최 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한다.

한편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연시키기 위해 2013년 12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이뤄진 4자 회동과 별개로 이듬해 2차 회동이 있었던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2014년 하반기 김 전 비서실장은 공관으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조윤선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정종섭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불러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2차 회동에선 △일본 전범기업 측이 대법원 재판부에 정부 의견을 제출받을 것을 촉구하고 △대법원 재판부가 그 요청을 따르는 형식으로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 △2016년 11월까지 외교부가 의견서 제출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피고 측 요구로 2015년 초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됐고, 외교부는 2016년 11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같은 사항을 모두 보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강제징용 소송이 외교부와 청와대의 요구대로 심리불속행 시한을 넘겨 지연됐다는 주장과 관련해 대법원은 20일 “상고인인 일본 기업에 접수통지서가 도착한 날짜는 심리불속행 기각 시한(2013년 12월 9일)을 한참 넘긴 2014년 5월 7일이었다. 국외송달이 늦어지면서 심리불속행이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또 “4자 회동 열흘 전에 이미 상고기록 통지서를 일본 측에 발송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헌재 파견 판사#재판관 개별 입장#행정처장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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