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올려도 저소득층 혜택 미미… 양극화만 커질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국민연금 리모델링 제대로]<2>소득대체율 어느 수준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와 수령액은 동전의 양면이다. 소득대체율(가입자의 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면 노후에 받을 돈은 늘지만 젊은 시절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면 보험료를 덜 올려도 되지만 ‘용돈 연금’으로 전락해 노후가 불안해진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현재 45%에서 2028년 40%로 축소하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되 ‘용돈 연금’조차 손에 쥐지 못하는 사각계층을 국민연금 제도 안으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 평균 가입기간 짧아 70년 후에도 ‘푼돈’ 신세

17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소득대체율을 45%로 맞추는 ‘노후보장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재정균형안’을 내놓았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연금 전문가 20명 중 절반인 10명은 소득대체율을 40%나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응답했다. 상당수 전문가가 소득대체율을 점차 줄이는 현행 방식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현 소득대체율이 허울뿐이란 지적과 무관치 않다. 소득대체율을 높인들 대다수 은퇴자의 노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45%로 맞추면 월평균 227만 원(최근 3년간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을 버는 근로자가 20세부터 59세까지 40년간 한 달도 빠지지 않고 보험료를 냈을 경우 노후에 월 102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 근로자는 40년간 꾸준히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 첫 취업이 늦고 실업이 잦은 데다 은퇴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들의 평균 보험료 납입기간은 17년에 불과했다. 이들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4%다. 은퇴 전 평균 월급이 227만 원이었다면 연금으로 매달 54만 원을 받는 셈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70년 뒤인 2088년이 돼도 신규 연금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27년에 그친다. 이 경우 실질 소득대체율은 27%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전업주부나 이름만 걸어둔 장기 체납자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18∼59세 총인구 3282만5000명 중 비경제활동 인구와 국민연금 장기체납자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은 45.3%에 이르는 1488만7000명이다. 2050년에도 이 비율은 4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소득대체율 논쟁이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오히려 ‘양극화’ 심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무작정 높이기보다 국민연금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포용하는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금 수급 자격이 주어지는 최소 가입기간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하면 연금 수급자를 10% 이상 늘릴 수 있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기금운용평가단장)는 “국가가 소규모 사업장에 각종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지역가입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노후소득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연금 수령액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과 연동한 ‘균등급여’(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연금)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따라 지급하는 ‘비례급여’를 절반씩 합해 계산한다. 돈을 잘 벌어서 보험료를 많이 냈다면 그만큼 연령 수령액도 커진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은퇴 전에 고연봉을 받은 가입자는 연금이 크게 오르지만 저소득층은 연금 인상 효과가 미미하다. 소득대체율이 45%인 경우 월 468만 원(소득상한액)을 번 가입자는 연금액이 17만 원 늘어나는 반면 월 30만 원(소득하한액)을 번 가입자는 6만 원 오르는 데 그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은 “소득대체율만 올리면 더 오래 안정적으로 일한 고소득자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져 ‘소득재분배’라는 국민연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소득대체율#저소득층 혜택 미미#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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