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원로회의,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안 인준…26일 승려대회 최대 분수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16시 09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사를 떠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사를 떠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차기 총무원장 선거가 9월 28일 치러진다.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고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후보자 등록 기간은 다음 달 4~6일, 선거인단은 다음 달 13~17일 선출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내용으로 29일 선고 공고를 낼 예정이다.

총무원장 선거인단은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 등 총 321명으로 구성된다. 총무원장 출마 자격은 승납 30년, 연령 50세, 법계 종사급 이상의 비구(남자스님)다.

향후 조계종 사태는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비롯한 종단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은 종헌종법 내에서 개혁해 달라는 진제 종정의 교시를 앞세워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준비 중이다.
반면 전국선원수좌회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불교개혁행동 등 개혁그룹은 기존 선거제도에 의한 총무원장 선출은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의 종권 재연장일 뿐 이라며 중앙종회 해산과 총무원장 직선제, 재정 투명화 등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해왔다.

26일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열리는 전국승려대회는 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측 입장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승려대회 봉행준비위원회 측은 “조계종 종헌에 94년 개혁회의를 본받아 종헌이 개정됐음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승려대회는 규모가 가장 큰 대중공사(大衆公事)”라며 “종헌에 입각해도 개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994년 승려대회는 서의현 원장의 3선을 저지한 결정적인 계기로 평가받는다.

반면 중앙종회와 본사주지협의회 등 제도권 세력은 승려대회를 초법적 행동이라며 같은 날 오전 11시 교권수호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원로회의는 이날 퇴진 의사를 밝힌 설정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인준했다.

조계종의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회의를 열고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 안건을 가결했다. 원로회의 사무처장 남전 스님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총무원장 설정 스님 사직이 인정되나 사직에 대한 법적 다툼을 종식시키고 종단 안정과 화합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원로의원들은 불신임 인준 안건에 대한 가부를 묻고 결과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의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게 남전 스님의 설명이다.

비공개 투표에서는 찬성 12표, 반대 7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재적 23명 중 19명이 참석했으며 불신임안 인준을 위해서는 재적 과반수인 12표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다.

21일 설정 스님이 퇴진 의사를 밝힌 뒤 총무원을 떠나 원로회의에서 불신임안 인준 안건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설정 스님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수덕사로 향하지 않았다는 설이 나돌자 원로회의는 회의 처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주장해온 불교개혁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원로회의의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은 설정 원장이 사퇴의 변에서 표현한 ‘종단을 소수의 정치권승들이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라는 얘기를 두 번 다시 꺼내지 못하도록 ‘부관참시’를 행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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