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친 화재 참사가 결국 인재(人災)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소방당국의 화재 조사 결과 세일전자 4층에 설치된 32개의 스프링클러는 화재 당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4층 화재현장에는 물이 쏟아진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면 소방 선착대가 화재 진압을 위해 공장 내부에 진입했을 때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었다는 게 화재 조사팀의 의견이다. 화재 조사팀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고장이 난 것인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꺼 놓아서 작동을 안 했는지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번 화재도 미작동 원인과 상관없이 관리부실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대원은 “짙은 연기로 현장에 바로 진입하지 못했다. 초기에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졌다면 피해를 줄였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약 두 달 전 이 회사의 자체 화재 점검에서는 이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 6월 19일 세일전자가 외부 소방점검 회사에 의뢰해 실시한 정밀 화재 점검에서는 △1층 자동 화재 탐지설비 미흡 △1층과 3층 유도등 불량 등 경미한 지적을 받았다는 게 세일전자 측의 주장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22일 인천시소방본부와 인천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유관기관 합동으로 감식을 벌였지만 발화지점을 특정하지 못했다. 화재 최초 목격자가 4층 식당 앞 천장에서 연기가 났다고 진술해 감식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4층 천장에 설치된 우레탄폼에 불이 번지면서 유해 가스가 다량 배출됐고 인명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은 세일전자가 화학물질인 시너를 사용해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인쇄회로기판(PCB) 불량처리 부분을 시너로 닦으면 새것처럼 되는데 그 작업에 시너를 썼다는 것이다. 반면 세일전자 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렇지만 세일전자가 화재에 취약한 화학 물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언은 이어지고 있다. 남동공단 내 동종업체 A사 관계자는 “세일전자는 휴대전화 PCB 제조업체이고 아세톤, 톨루엔 같은 화학 물질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를 구성한 경찰은 4층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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