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이 방패 역할… ‘솔릭’ 힘 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5일 03시 00분


한반도 관통에도 태풍피해 왜 적었나

모처럼 가득찬 백록담 태풍 ‘솔릭’이 제주를 지나며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가 24일 모처럼 담수로 가득 찼다.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한라산에 최고 1014mm(윗세오름)의 폭우가 쏟아진 
덕분이다. 백록담의 ‘만수위(滿水位)’는 태풍이나 장마전선 등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이후에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다. 한라산=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모처럼 가득찬 백록담 태풍 ‘솔릭’이 제주를 지나며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가 24일 모처럼 담수로 가득 찼다.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한라산에 최고 1014mm(윗세오름)의 폭우가 쏟아진 덕분이다. 백록담의 ‘만수위(滿水位)’는 태풍이나 장마전선 등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이후에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다. 한라산=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 상륙 직전 강도가 약해지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큰 피해 없이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솔릭이 약해진 것은 제주 한라산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준 영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솔릭은 24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뒤 일본 홋카이도 서쪽 해상에서 소멸됐다.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중심기압 950hPa, 강풍 반경 360km의 강력한 ‘중형급’ 태풍이었지만 당일 밤 ‘소형’으로 급격히 약화됐다.

전문가들은 솔릭이 제주 인근에 오래 머물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그전까지 강력했던 힘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솔릭은 22일 오후부터 23일 오후까지 만 하루 동안 제주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23일 오전 제주 남서쪽 해상을 지날 때 이동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시속 20km 안팎으로 움직이던 솔릭은 제주에 인접했을 당시에는 일반 남성의 걸음 속도인 시속 4km로 느려졌다.

당시 태풍의 중심부와 제주도의 거리는 불과 90km였다.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인 위험반원에 위치해 있었다. 이때 한반도에서 백두산 다음으로 높은 해발고도 1950m의 한라산이 솔릭의 강한 바람에 맞섰다. 제주 한라산 인근에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62m의 강풍과 약 10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이동하는 동안 고온다습한 해상으로부터 흡수한 에너지를 한라산이 고스란히 받아낸 셈이다. 정상부 국가태풍센터 예보관은 “태풍이 높은 산에 부딪히면 강한 비를 쏟아내는 동시에 나무 같은 지형지물과의 마찰로 인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고 설명했다.

솔릭의 이동 경로가 남쪽으로 틀어진 것도 피해가 줄어든 요인이다. 솔릭은 제20호 태풍 ‘시마론’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기압계 변화로 인해 수도권이 아닌 호남 충청 지역을 관통했다. 특히 전남 해안으로 상륙하기 전 여러 섬으로 이뤄진 다도해해상공원을 거치며 육지와의 마찰로 세력이 더욱 약화됐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다행히 솔릭이 약해지면서 전국적으로 피해도 적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까지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22일 제주에서 박모 씨(23·여)가 사진을 찍으려다 바다에 빠져 실종된 것 외에 제주와 전남 고흥군에서 각각 1명의 부상자가 나온 게 전부다.

강한 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제주와 호남에 집중됐으나 심각한 재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제주에서는 신호등 97개가 파손됐고 가로수 136그루가 바람을 이기지 못해 넘어졌다. 광주와 전남, 제주에서는 주택, 상가, 축사 등 2만6800여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지만 대부분 하루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농업 피해는 제주에서 농경지 2916ha와 비닐하우스 4동만 침수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교통 불편도 해소됐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15개 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정상화했다. 제주국제공항은 오전 6시와 7시경 각각 홍콩과 부산에서 들어오려던 비행기편이 결항됐을 뿐 나머지 항공편은 정상화됐다. 항공사들은 22, 23일 결항으로 제주에 발이 묶였던 승객을 수송하기 위해 24일 임시 항공편을 투입했다. 인천과 목포,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97개 항로도 24일부터 정상 운항되고 있다.

김철중 tnf@donga.com·서형석 기자
#한라산#솔릭#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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