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오락가락 태풍 예상진로… 어떻게 예측하나
계절-위도-기류-온도등 변수 다양… 선진국도 빗나간 예측 적지 않아
제19호 태풍 ‘솔릭’이 수도권을 강타할 것이란 최초 예보와 달리 중부지방을 거쳐 강원도로 빠져나갔다. 최초 상륙 예상 지점도 전라도, 충청도로 수시로 바뀌었다. 일부 누리꾼은 “일본 기상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예보는 비교적 정확했는데 한국 기상청 예보는 왜 오락가락했나”라며 비판했다. 태풍 경로는 어떻게 정해지고 또 각국은 어떻게 예보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컸다. 태풍은 진로에 따라 영향을 받는 국가와 지역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로 보면 한국과 미국, 일본의 태풍 예보는 항상 같지는 않았다. 한국 기상청 예보만 부정확한 것도 아니었다. 이달 9일 제14호 태풍 ‘야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과 미국, 일본 기상당국의 예보는 달랐다. 당시 야기는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820km 부근 해상에서 서쪽으로 이동했다. 중심기압 994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 초속 18m로 소형 태풍이었다.
일본 기상청과 미국의 JTWC는 “태풍이 제주도 서쪽에서 방향을 틀어 한반도 서해안에 상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 기상청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할 뿐 한반도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3일 오후 태풍은 중국 상하이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오히려 한반도는 태풍으로부터 유입된 뜨거운 남풍의 영향으로 폭염이 심해졌다. 한국 기상청의 예보가 맞았던 것이다.
태풍 진로 예보가 부정확하면 기상청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지만 태풍 진로에 미치는 변수가 많아 내로라하는 선진국도 헛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세계 기상당국의 골칫거리라는 것이 기상 전문가들의 속내다.
○ 태풍 진로 예측 어떻게 하나
태풍의 이동 경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다. 태풍 이동 경로는 대체로 계절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6월과 11, 12월의 태풍은 서쪽으로 이동하고 7∼10월의 태풍은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반도가 속한 중위도의 경우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편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태풍이 오른쪽으로 자주 방향을 튼다. 만약 태풍 상층부의 속도가 약하면 진로는 더욱 불규칙해진다. 해수면의 온도는 태풍의 크기뿐 아니라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여러 요인 때문에 태풍의 진로를 예보할 땐 태풍의 눈이 이동하는 지점을 점으로 표시하지 않고 대략적인 ‘범위’로 표현한다.
태풍 진로를 예측하는 데는 기상 상황을 반영한 관측 자료, 태풍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슈퍼컴퓨터, 데이터를 해석해내는 예보관의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한국 기상청의 경우 관측 자료와 슈퍼컴퓨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보관과 기상 분석 팀원들이 집단 토의를 통해 최종 예보 방향을 결정한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때로는 4, 5가지 안이 토론 과정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도 그날의 총괄 예보관이 책임지고 한 가지 안을 결정해야 한다. 태풍의 진로 예측에는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예보관 경험이나 주관이 가장 중요
유 국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예보 방식이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세 나라의 태풍 진로 예측 모델이 다르다는 점은 인정했다. 일본과 미국은 자체 모델을, 한국은 영국 모델을 각각 쓴다. 한국은 현재 개발 중인 자체 모델을 2020년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예측 모델이 다르다고 태풍 진로 예측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생산된 예측 데이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태풍 데이터를 공유한다. 다른 나라의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받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태풍 진로를 발표한다. 한국은 미국, 일본 외에도 중국이나 유럽기상센터(ECMWF) 데이터까지 받는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각국 기상 당국이 자체 예측 모델 외에 외국 예측 모델을 합쳐서 분석하는 만큼 모델에 따른 차이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예보관의 경험과 주관이 더 큰 변수가 되어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한미일 세 나라의 예보가 다른 까닭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기상 관련 정보가 오래 축적되고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상청보다 태풍 예보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체로 미국의 정확도가 높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지난해 발생한 27개 태풍의 진로를 예측한 세 나라의 데이터를 보면 한국 기상청은 5일 전부터 3일 전까지의 태풍 진로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일본은 2일 전과 1일 전의 진로 예측이 가장 오차가 적었다. 미국은 전체적으로 진로의 오차 범위가 가장 작았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국의 예보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태풍 진로를 예측하고 예보할 때 재난을 막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따라서 태풍의 진로 예보를 수시로 변경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혼선이 생길 뿐 아니라 예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은 “태풍 진로 변경이 예상되면 그 ‘시그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보한다”고 말했다.
강 팀장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우리와 다르다. JTWC의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상센터는 미국 공군과 해군이 운영한다. 태풍 예보의 가장 큰 목적은 동아시아에 있는 군사 시설이나 함대의 안전이다. 따라서 태풍 진로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이 사실을 예보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 예보가 정확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일본은 태풍 피해가 많다. 따라서 광범위하게 위험 지역을 설정한다. 한국 기상청은 태풍의 조건, 그러니까 강한 비를 동반한 바람까지만 태풍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일본은 태풍 주변의 강한 바람까지 모두 태풍으로 예보한다. 그러다 보니 더 정확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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