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의혹 판사들, “휴대전화 버리고 바꿨다” 제출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檢 “수사 막으려 증거인멸 의심”, “법관 압수수색 영장 또 기각” 반발
“정운호 게이트 비리 판사 수사 저지”, 양승태 대법 ‘檢협박 논의’ 정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판사 대다수가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휴대전화를 버렸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증거를 인멸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최근 판사들 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뒤판을 열고 송곳으로 찍은 뒤 내다 버렸다. 항상 그렇게 해왔다”, “절에 불공드리러 갔다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액정이 깨져서 교체했다”는 등의 휴대전화 교체와 파기 과정에 대한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폰 교체 시기가 2∼6개월 전에 해당하는 것도 공통적이라고 한다. 검찰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3차 조사 기구인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올해 2월 출범한 이후부터 법관들이 검찰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고 있다. 검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관련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고영한 전 대법관(63) 등 전·현직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 전 처장이 직접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의자들이)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 등의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판사의 심정적 추측을 아무 근거 없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로 든 것은 처음 본다”며 “압수수색 영장 심사 단계에서 증거 자료가 그 장소에 있을 가능성을 넘어 ‘개연성’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 비리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검찰을 협박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2016년 8월 17일 작성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 문건에는 임모, 김모 판사 등 정 전 대표와 연루된 판사 3명의 실명이 적혀 있고 “다른 판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 고위층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김수천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59·수감 중)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3·수감 중)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에 작성됐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의 정 전 대표 ‘봐주기 의혹’을 퍼뜨리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검찰 측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정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원정 도박 사건으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을 당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정 전 대표를 변호했고,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김 전 총장이 사건을 봐준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제안을 거절할 경우 “검찰의 특수수사에 엄격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다. 영장실질심사 등을 통해 사실상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관심도 등 언론별로 유형을 나눠 관련 루머를 퍼뜨리려 한 정황을 다른 문건들을 통해 파악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전주영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연루 의혹 판사들#제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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