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알츠하이머 전두환 자서전에 평소 주장과 정반대 내용, 누군가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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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27일 07시 53분


전두환 알츠하이머 투병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동아일보DB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27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날 열리는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전 전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은 자서전에 그의 과거 발언과는 달리 광주 5.18 때 시민 시위 배후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투입되었다는 내용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집어넣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하다면 가족이나 참모들은 병을 핑계로 침묵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명해야 할 일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씨가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며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사자명예훼손 재판 출두를 앞두고 불출석하겠다는 핑계를 알츠하이머로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부터 약을 복용했다고 하니 재판을 앞둔 ‘맞춤형 발병’은 아닐 것이다. 그 분이 민주주의와 광주 시민에 범한 죄과가 아무리 크더라도 인간적으로는 괘차하시기를 기원한다”면서 전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을 향해 자서전 속 일부 내용에 대해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자서전에 그의 과거 발언과는 달리 광주 5.18 때 시민 시위 배후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투입되었다는 내용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집어넣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전두환 자서전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그 진위를 떠나 평소에 그가 주장해오던 것들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자서전 작업기에 이미 알츠하이머가 진행되어서 기억이 파괴되었다고 하더라도 평소 그가 발언했던 것을 모아서 정리하면 된다. 하지만 5.18 북한군 개입설은 평소 그가 부정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1980년 당시의 모든 정보를 쥐고 있었던 그는 자서전 발표 전에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지만원 류의 북한개입설을 금시초문이며 터무니없다고 발언해왔다”며 “그런데 기억이 온전치 않은 시기에 완성된 자서전에는 평소 주장과 정반대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장난’을 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북한군 개입설은 사소한 쟁점이 아니다. 잘못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이 송두리째 부정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그런데 누가 왜 이 시점에서 자서전의 주인공이 온전했던 시절에 말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을 집어넣은 것일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 의원은 “가족과 측근들은 이 조작 작업의 주체와 의도를 솔직하게 밝히고 국민, 특히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거짓 주장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광주 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몹쓸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마지막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26일 민정기 전 대통령비서관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전 전 대통령의 현재 인지능력은 소송이 제기되어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에는 설명을 들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정상적인 진술과 심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왕복에만 10시간이 걸리는 광주 법정에 무리하게 출석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따라 27일 오후 2시 반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첫 공판이 진행될지 불투명해졌다. 첫 공판에는 피고인이 출석해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야 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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