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민주화보상금 받았어도 국가배상 청구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2015년 양승태 대법원 판결 뒤집어

헌법재판소가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다면 재판상 국가와 화해한 것으로 봐 정신적인 피해 배상까지 국가에 청구할 수 없다는 ‘화해 간주’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때인 2015년 해당 조항에 근거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뒤집힌 만큼 과거사 피해자들이 앞으로 재심을 통해 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30일 A 씨 등이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 등 38건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전적 보상이 이뤄졌다고 해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법의 입법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A 씨 등은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국가기관의 지시에 따라 직장에서 해고됐다. 이후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은 뒤 추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5년 1월 대법원은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A 씨는 2015년 1심 재판 도중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날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모 씨 등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을 6 대 3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은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과 근본적으로 달라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고 봤다. 헌재는 “국가의 불법행위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는 건 피해자와 가해자 보호 균형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란 손해배상제도 지도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씨 등은 과거 군사정권의 고문·조작 사건 피해자로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재심을 거쳐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배상을 청구했다. 1, 2심은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에 대해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대법원이 유사한 사건에서 “형사보상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손해배상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기존 국가배상권 소멸시효인 3년이 아닌 민법상 소멸시효 6개월로 단축한 것이다. 국가가 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 씨를 상대로 상고했고, 이 씨는 대법원 재판 중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 씨 같은 피해자들이 줄줄이 패소해 배상금과 이자까지 국가에 반환해야 했다.

김윤수 ys@donga.com·고도예 기자
#민주화보상금#국가배상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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