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 피싱-조건만남 사기로 55억 원 뜯어낸 범죄조직 일당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3일 19시 52분


#1. 대학생 A 씨(19)는 3월 말 채팅 앱에서 만난 여성이 영상채팅을 하자며 보내준 파일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A 씨는 이 여성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음란행위를 했다. 그러자 갑자기 이 여성은 ‘영상을 녹화했다’며 돈을 보내지 않으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 씨는 20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결국 A 씨 가족에게 이 영상이 전송됐다. 악성 파일이 A 씨 휴대전화에 담긴 연락처까지 탈취한 것이다.

#2. B 씨(46)는 인터넷 SNS를 통해 친구 신청을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다 자신은 탈북자로 성매매 업소에 팔려와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가게에 빚을 갚아야 나갈 수 있다’는 말에 B 씨는 100만 원을 송금했다. 그 이후에도 B 씨는 교통사고 합의금, 병원비, 생활비 등을 보내달라는 말에 수차례에 걸쳐 5000여 만 원을 보냈다.

이처럼 이른바 ‘몸캠 피싱’이나 조건만남 사기 등의 수법으로 3700여 명으로부터 55억 원을 뜯어낸 중국 범죄조직의 국내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월 휴대전화와 SNS 등을 통해 몸캠 피싱과 조건만남 등의 수법으로 돈을 편취한 중국 조직의 국내 자금총책, 인출책, 송금책 등 8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C 씨(26) 등 자금총책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현금으로 출금하는 데 쓰인 대포통장 36개를 모집해 공급한 대가로 8190만 원을 챙긴 대구지역 대포통장 공급총책과 모집책 등 4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D 씨(22) 등 3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판매한 18명도 검거했다.

몸캠 피싱은 음란채팅을 하자며 악성 코드가 숨겨진 모바일 앱을 설치하게 한 뒤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조건만남 사기는 출장 성매매 광고 등을 보고 전화하면 보증금과 예약금 명목으로 돈을 챙기고, 먼저 입금한 돈을 돌려받으려면 돈을 더 보내야 한다고 속여 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경찰 조사 결과 E 씨(45)는 조건 만남 수법에 속아 3일 동안 50차례에 걸쳐 30만~900만 원을 보내 총 1억2000만 원의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E 씨는 경찰에서 “저축한 돈과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송금했는데 다시 돌려준다는 말을 믿었다”며 “당시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3월 몸캠 피싱 피해자인 A 씨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이 입금한 대포통장 120여 개의 거래내역 및 피해금액을 인출한 금융기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통신 수사 등을 통해 피의자들의 은신처를 특정한 뒤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들 조직은 총책, 유인책, 계좌관리책은 중국에 있고 나머지 자금관리책 등은 국내에서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대포 통장으로 입금한 사람의 수가 3700여 명이어서 이들 모두가 피해자일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지만 상당수는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