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고수온 피해에 두 번 우는 전남도 어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6일 03시 00분


기록적 폭염에 전복-우럭 등 폐사, 양식장 절반은 입식신고 못해
수백억대 피해보상 제대로 못받아… 어민들, 대출상환 연장 등 호소

전남 신안군 흑산도 수온이 지난달 22일 29.1도로 평년보다 2∼3도 높게 올라간 가운데 흑산도 양식장에서 고수온에 폐사한 우럭들이 배를 드러내고 있다.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 흑산도 수온이 지난달 22일 29.1도로 평년보다 2∼3도 높게 올라간 가운데 흑산도 양식장에서 고수온에 폐사한 우럭들이 배를 드러내고 있다. 신안군 제공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전남 신안의 바다는 뜨거웠다. 신안 해역은 인근 진도의 차가운 물인 냉수대가 흐르기 때문에 고수온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달 9∼10일, 19∼23일 두 차례에 걸쳐 바닷물이 28도를 넘는 고수온 현상이 발생했다.

신안 어민들은 이례적인 고수온 현상으로 울상이다. 양식장 284곳에서 전복 우럭 4742만 마리가 폐사해 513억 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피해 양식장 절반가량은 입식 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제대로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5일 신안군 흑산면 도목어촌계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도목어촌계 소속 우럭양식장 20어가는 지난달 들이닥친 고수온에 큰 피해를 입었다. 어민들은 폐사한 우럭을 공무원들과 함께 수거해 처리했다.

도목어촌계의 경우 양식장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치어를 양식장에 넣을 때 면사무소에 입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목어촌계 양식장은 2006년 산소가 부족한 물 덩어리인 빈산소수괴 여파로 폐사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고수온 피해는 거의 없었다. 실제 2000년대 초반 고수온이 덮쳤을 때에도 이렇다 할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고수온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고, 고수온 현상이 발생하자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흑산도 어민들은 입식 신고를 할 경우 육지와 달리 최소 사나흘 넘게 걸린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어민들은 목포나 충청지역에서 우럭 치어를 사오면서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훈 도목어촌계장(44)은 “대부분의 어민이 각종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입식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우럭 대량 폐사 피해를 입은 만큼 지원이 어렵다면 대출상환 연장 등 생계대책이라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남도는 고수온 피해를 입은 신안 7개 읍면 전복·우럭 양식어가 284곳 중 138곳(49%)만 입식 신고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후 조사 과정에서 입식 신고 어가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해양수산부와 국회에 입식 신고를 하지 않은 어가를 대상으로 생계비·특별융자 지원과 융자금 이자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9차례 건의했다. 폐사한 어패류가 확인될 경우 입식 신고를 안 했더라도 재해복구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차창석 신안군 친환경양식담당은 “어민들은 고수온 경보가 발효되자 차광막을 설치하고 액화산소를 공급하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며 “고수온 피해로 생계터전을 잃은 어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남지역 7개 시군 497어가는 지난달 태풍 솔릭으로 428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솔릭이 할퀴고 지나간 완도 전복 양식장은 쑥대밭이 됐다. 완도군은 390어가의 전복 4052만 마리가 폐사하고 다시마 2059줄이 파손돼 373억 원의 피해가 났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고수온 현상#신안#도목어촌계#흑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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