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조2052억 원. 국민들의 교육을 위해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돈이다. 지난해보다 7조 원 가까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세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 예산도 늘었다.
이 천문학적인 교육 예산의 80%는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간다. 정부가 내년에 시도교육청에 교부할 예산은 총 59조8000여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6조 원 이상 늘어났다. 사실상 올해 총예산에서 증액된 돈 대부분이 시도교육청으로 보내지는 셈이다. 그만큼 예산권을 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과연 이들은 교부받은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을까?
○ 시도교육청별 투자 비중 격차 커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통해 지난 3년간 시도교육청별 집행 결과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교육감의 성향이나 지역별 예산 편성 관행에 따라 그 사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지난해 전국 시도교육청별 예산 집행 내용을 보면 평균 46.7%가 인적자원 운용에 쓰여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교사 인건비 등으로 나갔다. 이어 △학교재정 지원 관리(15.4%) △학교시설 개선(10.5%) △교육복지 지원(10.3%) 순이었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은 교육의 질적 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투자됐다. 학력 신장, 외국어 교육 등 교수·학습활동 지원에는 평균 5.9%의 예산이 투자됐고, 보건·급식·체육활동에 대한 예산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교수·학습지원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교육청은 제주도교육청(10.5%)이었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3.8%로 가장 낮아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경기 다음으로 낮은 지역은 서울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으로 각각 5.1%에 그쳤다.
대신 경기도교육청은 인건비 비중이 52.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복지 분야 투자가 13.9%로 전국 최고였다. 교육부는 “지역별 교육 환경이나 교육감의 철학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소규모 학교가 많은 지역은 학생 수 대비 학교나 교원 수가 많다 보니 인건비 비중이 높고, 교육감이 교육복지 쪽 투자를 강조하면 상대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서울은 창의성, 제주는 외국어 교육 투자 많아
교수·학습지원 예산을 △교육과정(학습자료 개발 등) △학력 신장(기초학습부진아 지도 등) △창의인성 및 특색교육(창의적체험활동 등) △특수교육(특수교육 대상자 지원 등) △외국어 교육(원어민교사 지원 등) △특성화고 교육(특성화고 내실화 등) 등으로 세분화하면 지역별 격차가 더 컸다.
2016년 기준 서울과 인천은 교육과정 부문 투자 비중이 제일 적어 0.14%에 그쳤다. 서울은 경기와 함께 기초학습부진아 지도(0.03%) 부문에서도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울산은 기초학력 분야에서 서울의 17배인 0.51%를 투자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016년 당시 보수 성향 교육감이 있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신 서울시교육청은 창의인성 및 특색교육 투자(0.72%)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경남과 울산(0.05%)은 가장 낮았다. 또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투자를 많이 하는 지역은 울산(1.1%)과 충북(1.08%)이었고 비중이 제일 낮은 지역은 대전(0.18%)이었다. 외국어 교육에 가장 많은 관심을 두는 지역은 제주(1.21%), 적은 곳은 인천(0.27%)과 경기(0.31%)였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분야별 투자 차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해마다 교육 재정 규모가 왔다갔다 심한 편차를 보인다는 것”이라며 “교육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한데 분야별 투자 등락이 심하면 학생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내년처럼 예산이 크게 늘어날 때 일정 부분 재정 안정화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지방채 규모가 12조 원에 달하는 만큼 채무도 줄여야 한다”며 “예산에 여유가 생겼다고 무상복지를 늘리면 향후 학교 운영비나 지원비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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