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태풍 같은 재난상황에서 정보 전달 매체로 쓰기 위해 올해부터 스마트폰에 FM라디오 수신 기능이 탑재돼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체계적이지 못한 계획 때문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재난정보 애플리케이션(앱) ‘안전디딤돌’에 스마트폰의 FM라디오 수신 기능을 연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권고에 따라 2018년부터 출시되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폰에 FM라디오 전파를 직접 수신하는 기능이 추가되는 걸 이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비상상황에서 별도의 FM라디오 앱을 켤 필요 없이 안전디딤돌 앱으로 재난정보를 확인하면서 바로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 기능과 연동하면 지역별로 다른 FM라디오 주파수를 사용자가 일일이 찾을 필요 없이 즉시 FM라디오로 해당 지역의 재난방송을 청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계획은 삼성전자, LG전자와 협의 없이 행안부의 단순 구상 수준에서 발표된 것이었다. 행안부가 올 초 두 업체에 기술 적용이 가능한지 문의한 결과 당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9, LG전자 G7 등 스마트폰에 FM라디오가 내장돼 있긴 하지만 수신 기술이 다르고, 이것을 안전디딤돌에 연동시키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두 회사와 안전디딤돌 연동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빨라도 내년에야 구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마저도 두 회사의 스마트폰 모델에 맞도록 앱을 설계할 수밖에 없어 FM라디오 기능을 제공하는 중국 등 외산 스마트폰에서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
대안으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있다. DMB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다. 낮은 화질 탓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지만 2015년 출시된 스마트폰부터는 현재 선명한 고화질(HD) 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또한 DMB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의해 터널, 지하공간에 의무적으로 중계기를 설치해야하는 재난방송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DMB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FM라디오, DMB 등 방송망을 재난매체로 본격 활용하기로 한 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속폭주로 통신망을 이용한 재난 정보 제공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FM라디오는 전파 수신만 가능하면 여러 명이 수신을 해도 과부하 염려가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FM라디오 기능을 넣은 안전디딤돌을 출시해도 FM라디오 수신기능이 없거나 삼성전자, LG전자가 만들지 않은 스마트폰에서는 이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며 “지난해까지 출시된 FM라디오 수신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에서는 안전디딤돌 앱을 어떻게 활용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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