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만에 돌아와줘 감사” 유품 안은 아내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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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사 김정권 중사 가족품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6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에서 6·25전쟁에서 전사한 김정권 이등중사의 유골 신원 확인 과정을 아내 이명희 씨(앞줄 왼쪽) 등 유가족에게 설명하고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6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에서 6·25전쟁에서 전사한 김정권 이등중사의 유골 신원 확인 과정을 아내 이명희 씨(앞줄 왼쪽) 등 유가족에게 설명하고있다. 국방부 제공

6·25전쟁에서 산화한 국군 용사가 68년 만에 그리던 아내의 품에 안겼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일 김정권 이등중사(전사 당시 23세)의 유품을 부인 이명희 씨(89·경남 통영) 등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 영웅 귀환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군 유해발굴단은 김 이등중사의 참전 경로와 유해 수습 과정을 유족에게 설명한 뒤 전사자 신원 확인 통지서 및 국방부 장관 위로패와 단추, 칫솔 등이 담긴 유품함을 전달했다.

1928년 경북 의성군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이 씨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당시 일본에서 막 유학을 끝내고 돌아와 한국말이 서툰 아내를 위해 밤마다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쳐줄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그는 가족을 데리고 피란길에 올랐다가 갓 태어난 아들을 등에 업은 아내와 눈물을 쏟으며 헤어진 뒤 국군에 입대했다. 이후 경북 경산, 영천 일대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1사단에 배치된 그는 낙동강 방어선 전투와 평양 탈환 작전에 참여하면서 부대를 따라 평북 운산 지역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중공군의 거센 공세로 국군은 임진강까지 후퇴했고, 김 이등중사는 임진강과 서울 서북방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적과 치열한 공방을 펼쳤던 델타방어선전투(1951년 4월 25∼27일)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유해발굴단은 지난해 10월 경기 파주시의 박달산 무명고지에서 그의 유해를 발굴해 유전자(DNA) 정밀 감식과 전사자 조회 등 신원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올해 7월에 고인의 아들인 김형진 씨(68)가 8년 전 통영보건소를 통해 군에 제출한 DNA 시료와 유해의 DNA 시료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해 이를 유족에게 통보했다.

아들 김 씨는 “지금까지 수습된 1만여 명의 전사자 가운데 유족과 DNA가 일치해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아버지를 포함해 129명뿐이라고 들었다”며 “확률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부친의 귀환이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군에서 부자(父子) 관계로 확인됐다고 통보한 날(7월 5일)은 내 생일이자 아들의 생일이었다”며 “신기하게도 아들과 손자의 생일에 아버지가 돌아오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인 이 씨도 “남편이 이제라도 돌아와 줘서 고맙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군은 전했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유족과 협의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6·25전쟁#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김정권 이등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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