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주노동자 “한국어 부족해 참을 수밖에…”, 이젠 성폭력 후 사업장 변경 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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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10일 10시 10분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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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주노동자가 성폭력을 당할 경우 횟수와 상관없이 즉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고용노동부가 수용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용부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숙소 지도·감독 강화, 예방교육 실태 점검과 지원 확대, 피해 상담 전문성 강화 등 권고 이행 계획을 밝혔다.

계획안에는 사업주가 기준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하거나 사업주 및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직장 동료로부터 성희롱·성폭력·폭행·상습적 폭언 등을 당해 근로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횟수와 관계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성 이주노동자 성희롱·성폭력 실태는 지난 7월 언론 보도에서 그 심각성이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추·깻잎 영농업자 A 씨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B 씨의 가슴과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또 A 씨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B 씨가 살이 많이 쪘다며 손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휴대전화로 속옷 차림의 여성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속 여성이 B 씨를 닮아 섹시하다는 말을 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희롱을 하기도 했다.

B 씨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고 임의로 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가해자 처벌과 신속한 사업장 변경을 희망했다.

인권위는 “성희롱·성폭력은 반복 가능성이 높고 한국말이 서툰 이주노동자에게 피해 입증이 특히 어려운 범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희롱·성폭력 피해 신고 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로 사업장 변경 요청이 있으면 즉시 허용하는 고용부의 ‘긴급 사업장 변경제도’ 추진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인권위는 고용부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구제,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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