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두바이 발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승객들을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일일히 온도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쿠웨이트를 다녀온 60대 남성 A 씨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초 쿠웨이트는 질병관리본부가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에 빠져있던 지역이었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감염내과 전문의는 10일 YTN ‘뉴스N이슈’와의 인터뷰를 통해 “(A 씨가)메르스 진단을 받았다고 그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게 됐다”며 “2년 동안 쿠웨이트 현지 국민 아무도 안 생겼는데 왜 갑자기 와서 생겼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게 있다. 2012년 이후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900명 가까이 환자가 발생했다. 이게 그냥 평탄하게 있는 게 아니라 주기가 있다”며 “이슬람에는 성지순례(하즈·Hajj) 기간이 있다. 이 기간에는 메카나 이런 사우디로 수백 만 명이 옮겨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시기에는 아라비아 반도가 다 사우디다. 그러니까 어떤 지역은 안전지대가 아니고 다 그냥 한 나라로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이분이 지금 출장을 다녀온 그 시기가 하즈(19~24일)랑 딱 겹쳐 있다”고 덧붙였다.
신 전문의는 “쿠웨이트에 계셨지만 상관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많은, 사우디에 있는 메르스 환자가 왔을 수도 있고 또 현지인이 사우디 갔다가 걸려 왔을 수도 있는 역학적으로 좀 안 좋은 상황에 방문을 하셨던 건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하즈같이 이슬람의 대이동이 있을 때는 아라비아 반도를 다 같은 위험지역으로 간주해서 좀 방역을 관리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며 “사실 쿠웨이트 경계가 꼭 중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업무 출장으로 쿠웨이트에 방문했다가 7일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귀국했다. 이후 8일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잠복기(2~14일) 등을 고려할 때 A 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메르스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지난 2016년 8월 이후 지금까지 2년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검역법에 따라 특별관리(검역)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에서도 빠져있었다.
하지만 A 씨가 쿠웨이트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자, 질병관리본부는 9일 쿠웨이트를 메르스 오염지역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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