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서초구 악기거리. 한 번쯤 들어본 듯한 모차르트 선율을 배경으로 곱슬곱슬한 금발에 치맛자락이 팡 퍼지는 드레스를 입은 중세시대 차림의 사람들이 걸어 다녔다. 곳곳에 펼쳐진 파라솔 밑에는 어린이용 바이올린과 호른, 오카리나 같은 악기들과 송진, 악기 받침대 등 악기 액세서리가 진열돼 있었다.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신현옥 씨(59·여)는 “악기를 하나 사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는데 지인이 오늘 악기거리 축제에서 할인 판매를 한다고 알려줘 들렀다”며 새 오카리나를 구입했다. 오카리나 악기상을 운영하는 이미경 씨(57·여)는 “오늘 벌써 3개째다. 매출뿐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들도 클래식 음악을 편하게 접하게 해주는 축제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악기거리에서는 ‘서초 악기거리 르네상스’ 축제가 열렸다. 16일까지 이어지는 서초구 ‘서리풀 페스티벌’의 하나다. 예술의전당 맞은편 신중어린이공원이 있는 남부순환로317길 골목 일대에는 클래식 악기 상점과 악기 공방, 악기 연습실 160여 개가 모여 있다.
축제에서는 악기거리의 가게들이 모여 악기나 악기 액세서리를 정상가의 20∼80% 할인해 판매했다. 단순히 악기만 사고파는 자리가 아니라 각종 클래식 공연도 펼쳐졌다. 서초구에 소재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의 금관악기 연주와 모차르트의 일생을 담은 연극, 모차르트의 곡들이 연주됐다. 무대의 마지막은 근처 신중초등학교 학생들이 장식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5월 전국 최초로 ‘서초음악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을 살린 축제”라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을을 맞아 서초구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축제가 이어진다. 14, 15일에는 성동구에서 ‘디자인 마켓&맥주 축제’가 열린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등 디자인과 수제품이 강세인 성동구의 특성을 살려 수제화와 의류, 가죽, 패션 잡화 등 디자이너들의 제품과 수제맥주, 문화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시장 축제다.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는 강남구에서 ‘강남페스티벌’이 열린다. 케이팝광장에서 야외 영화제와 워너원, 레드벨벳 등 아이돌 공연으로 시민들을 끌어들일 예정이다. 동시에 강남구 전역에서 최대 65%까지 대규모 세일을 하는 ‘강남그랜드세일’과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대규모 벼룩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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