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이 불안하세요… 탄력순찰 신청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4일 03시 00분


작년부터 시행된 탄력순찰제… 밤길 불안 없애 시민들에게 인기
신청받은 지역 3개월간 집중 순찰… 제도 시행후 강도사건 60% 급감

인천 남동경찰서 간석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최근 상인천중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인천 남동경찰서 간석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최근 상인천중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46·여)는 한 달 전까지 귀갓길에 불안감이 컸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그는 매일 오후 11시경 식당 문을 닫고 집에 가는 길에 어린이공원을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많다. 또 공원 주변 골목길에서 만취한 남성들이 싸움을 벌이거나 고함을 치는 경우도 있어 불안했다.

8월부터 인근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매일 심야에 교대로 순찰을 돌면서 이런 현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 김 씨는 “술에 취한 남성들이 나타나면 불안감에 뛰어가거나 되돌아 다른 길로 가야 했던 불편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탄력순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각종 범죄 분석을 통해 특정 장소를 지정해 순찰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치안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은 지역을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1만9000여 건의 신청을 받아 6800여 곳에서 집중 순찰이 이뤄졌다. 그 결과 범죄가 2016년 9월∼2017년 8월에 비해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는 95건에서 38건으로 60%나 줄었다.

현장을 누비는 경찰관이 부족한 탓에 시민들이 신청한 모든 지역에 탄력순찰제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신청 횟수와 112신고에 따른 출동, 범죄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순찰 대상을 결정한다. 순찰은 시내 75곳에 이르는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주야간으로 나눠 담당하고 있다. 시민 신청이 몰리는 지역은 ‘안심순찰존’으로 지정해 순찰을 더 강화하고 있다.

탄력순찰이 이뤄지는 곳에서 각종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현행범을 붙잡기도 한다. 남동경찰서 간석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함상준 순경(27)과 박재관 경장(36)은 6월부터 탄력순찰제도가 시행된 간석동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을 순찰하다가 성추행범을 검거했다. 이들은 6월 25일 오후 8시 50분경 혼자 사는 여성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A공원 앞 도로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 있는 20대 여성을 발견하고 이유를 물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범인의 인상착의를 물어 현장에서 30m 떨어진 곳에 숨어 있다가 달아나던 20대 남성을 붙잡았다.

순찰 중인 경찰관이 치안에 방해되는 시설을 보면 이를 고치거나 철거하기도 한다. 한 주택가 공원에 설치된 나무 의자에 팔걸이가 없어 “노숙인이나 만취한 남성이 자주 잠을 잔다”는 민원을 듣고 구청에 건의해 팔걸이를 만들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원경환 인천지방경찰청장은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경찰관들이 살피도록 탄력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탄력순찰은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를 찾아가 신청하면 된다. 순찰신문고 홈페이지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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