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도로교통법 개정 청원 이끈 대전 아파트 단지 사고 1심 선고
판사, 금고형을 잘못 읽었다며 피해자 가족 퇴정후 선고 고쳐
14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317호 법정. “피고인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다”는 판사의 말이 끝나는 순간 구급대원 서모 씨(40·여)는 오른쪽에 앉아있던 소방대원 남편을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자신과 함께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걷다가 차에 치여 숨진 김지영(가명·당시 5세) 양의 엄마다. 딸을 숨지게 한 가해 운전자 김모 씨(45)는 그들 앞에서 법정 구속됐다.
방청석에서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서 씨 부부와 취재진은 이를 듣자마자 법정을 나왔다. 그러나 서 씨 부부는 몇 시간 뒤 언론 보도를 통해 선고 결과가 ‘금고 1년 4개월’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고 직후 잘못 낭독된 것을 확인한 판사는 피해자 가족이 법정 밖으로 나간 뒤 이를 정정했다고 한다. 판사가 미리 써 둔 판결문에도 금고로 적혀 있었다.
법정과 집에서 두 번 울게 된 엄마 서 씨는 “매일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판결문 낭독 실수까지 벌어지다니 사법부가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올해 초 부부가 도로교통법의 법적 허점으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의 배경이 됐다. 22만여 명이 동의해 올 3월 정부가 관련 법 개선을 약속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이병삼)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씨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금고는 구속인 점에서는 징역과 같지만 강제 노역이 없어 징역보다 처벌 수위가 한 단계 낮다. 검찰이 올 6월 구형한 금고 2년보다 형량도 적다.
재판부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도 보행자가 안전하게 보행해야 할 권리가 있고, 이를 보호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사건에 비해 낮은 교통사고의 양형 기준과 현행 교특법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교특법에서는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면 중과실로 인정한다. 단,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는 도로의 횡단보도뿐이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이기에 엄마 서 씨가 김 양과 함께 다친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책임을 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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