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강원 화천군 한 포병부대의 야외 훈련장. 부사관 한 명이 동원예비군훈련에 참석한 예비군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가보니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식판과 일회용 비닐백이 준비돼 있었다. 비닐백을 식판에 감싸 그 위에 음식을 받아서 먹은 뒤 비닐백만 벗겨서 버리는 식이었다. 식판에 비닐백을 씌우면 팽팽해져서 국물을 받기 어렵다. 때문에 일부 장병은 식판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비닐백에 밥과 반찬을 넣어 주먹밥 형태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식판 옆에는 일회용 숟가락과 나무젓가락들이 놓여있었다. 그 옆에는 플라스틱 병에 담긴 500mL 생수가 여러 묶음 쌓여있었다. 군 장병이 갖고 있는 수통은 사용되지 않았다. 군 장병이 한 끼 식사를 하면서 4가지 종류의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 야외훈련을 받는 동안 식사 때마다 이런 식으로 식사가 이뤄졌다.
사회에서는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 종이 빨대 보급 논의 등 일회용품 감축 움직임이 한창이지만 군 부대에는 변화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부사관은 “야외훈련을 할 때에는 식기를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부대들이 이렇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대의 훈련 지역은 막사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였고, 식사 때마다 부대에서 차량으로 식기를 훈련 지역으로 가져온다. 식기 세척은 취사병이 전담한다. 야외 훈련에서 사용한 식기를 부대로 가져가서 세척할 수 있는 구조다. 한 병사는 “야외 훈련에서 사용한 식기를 부대로 싣고 가면 차량에서 내려서 설거지를 한 뒤 다시 차량에 실어야 한다”며 “이게 번거로워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는 한 달에 2~3회 짧게는 4박 5일, 길게는 6박 7일 일정으로 야외 훈련을 하는데 식사 때에는 늘 일회용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육군 예비역 정모 씨(26)는 “내가 입대했던 2013년에도 이런 관행이 있었는데, 사회 분위기가 변했는데도 여전히 군부대에서 일회용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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