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함 때문일까. 중후한 바리톤 음성은 믿음을 준다. 분야 불문하고 해박하다. 달변에 논리도 갖췄다. 친화력이 남달라 누굴 만나든 금방 친해진다.
유능한 정치인 얘기가 아니다. 국책연구소인 재료연구소 이정환 소장(60)이 그 주인공이다. 엔지니어인 그는 재주꾼이다. 어려운 ‘과학의 영역’도 쉽게 설명한다. 연구소와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파수꾼인 셈이다.
13일 ‘KIMS TECH FAIR 2018(킴스 테크페어)’ 행사장인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만난 그는 밝은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재료(소재)의 중요성과 함께 재료연구소(KIMS)의 연구원 승격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료연구소 업적 소개, 첨단 신기술 전파를 위한 ‘킴스 테크페어’는 2년마다 열린다. 이 소장은 “재료기술의 동향 파악은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료연구소의 ‘연구원’ 승격에 몰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계연구원 부설인 이 연구소를 독립 기관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그는 “소재 기술은 다른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는 ‘토양’과 같고 제조업 혁신, 지역산업 고도화에도 필수”라며 “소재 분야 혁신 역량을 확보하려면 원(院) 승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승격 법안은 이미 발의돼 있다. 과기부도 승격 기준을 마련 중이다.
이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도지사, 허성무 창원시장이 승격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2월 부소장에서 소장으로 영전한 그는 연구 성과 창출, 연구인력 확충, 소통과 화합 등 3가지를 연구소 운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전문연구팀 육성을 강조한다. 또 신소재 개발과 안전사회, 미세먼지 분야 등 국가 현안 연구에도 주력한다. 젊은 연구자에게는 창의적 환경을 만들어주고 시니어 연구원의 경력 관리와 우수 인력 유출 방지도 관심사다.
이 소장은 “‘소재 강국 대한민국’을 목표로 400여 명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며 “KIMS만의 독창적인 기술도 많다”고 소개했다. ‘세라믹 분말 고속 분사 코팅기술’ ‘풍력 발전기 날개 피로 시험 기술’ 등이다. 특허 원천기술은 로열티를 받는다. KIMS는 창원공단을 마주하며 창원대로변(상남동)에 위치해 있다.
지역 현안인 창원공단 구조 고도화와 관련해 “산업단지를 조성한 지 40년이 지났다. 기계산업의 메카로서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다했으므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산단을 구축하고 기계 기술 인프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창원시 첨단산업육성위원장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연현상에 관심이 많아 과학 수업을 열심이 들었다. 공학도의 길로 들어선 이후에는 인프라 기술에서 ‘해답’을 찾고자 애썼다. 세계 수준급 논문도 여러 편 냈다. 독서광인 그는 인문학과 더불어 ‘힐링’한다. 취미는 등산, 특기는 시 낭송. 한학에도 밝다.
배재고, 한양대 공대(정밀기계), 연세대 대학원(파괴역학)을 나와 홍익대에서 금속가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KIMS에 몸을 담은 이후 재료연구소 융합공정연구부장, 선임연구본부장을 지냈다. 이 소장은 국내 정부 출연 연구원에는 없는 ‘석좌연구원’을 만들 작정이다. 그동안 연구 개발을 함께했던 기업들이 십시일반 연구비를 내놓고 자신은 평소 하고 싶었던 연구를 마음껏 수행하는 방식이다. 시니어 연구원들에게 건설적인 활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다. ‘영원한 공학도’다운 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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