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다시 깨어난 ‘88 성화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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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주경기장에서 서울시와 산하 체육시설관리사업소, 한국재난연구원 관계자 등이 성화대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주경기장에서 서울시와 산하 체육시설관리사업소, 한국재난연구원 관계자 등이 성화대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0년 전 오늘 낮 12시 41분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 경기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과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시민 3명이 리프트에 실려 22m 높이의 흰 기둥을 올라갔다. 리프트가 멈추고 이들이 팔을 뻗자 성화대에 불길이 타올랐다.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 점화였다.

그때 그 성화대가 30년 만에 잠에서 다시 깨어난다. 성화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동안 사용할 일이 없어 사실상 시민들로부터 잊혀졌다. 그러나 내년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다시 쓰기로 결정돼 13일 안전점검을 받고 기지개를 켰다.

이날 점검의 목표는 성화대를 안전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성화대 기둥의 기울기와 성화대를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철골의 강도 등 성화대의 변형 여부를 보는 구조평가 검토였다. 점검에는 서울시와 산하 체육시설관리사업소, 한국재난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30년 전인 1988년 9월 17일 서울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며 성화가 활활 타오르던 모습.
30년 전인 1988년 9월 17일 서울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며 성화가 활활 타오르던 모습.
성화대의 기울기 확인은 성화대 기둥이 여전히 수직으로 곧게 서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기울기 측정 기계의 렌즈로 성화대의 꼭대기부터 가장 아래 지점까지를 쭉 따라 내려온다. 화면 안의 십자 모양 기준점을 따라 내려와 가장 아래 지점이 꼭대기 지점으로부터 어느 정도 왼쪽, 오른쪽으로 비켜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성화대를 네 방향에서 기울어진 정도를 측정한 결과 각각 2mm, 28mm, 5mm, 1mm가 옆으로 비켜나 있었다. 정식 점검 결과 보고서는 대략 한 달 후에 나올 예정이지만 현장에서의 판단은 대체로 ‘합격’이었다. 안전 점검을 진행한 한 관계자는 “시설공단 지침상 기둥의 안전한 기울기는 대략 750분의 1 수준으로 성화대 기둥 높이(22m)를 감안했을 때 해당 수치는 충분히 안전하다”고 말했다.

성화대를 받치는 내부 철골과 콘크리트 역시 ‘충분히 버틸만 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전점검 관계자는 “약간 녹슨 부분이 보이기는 하지만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어서 페인트칠 등으로 보수를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 경력 20년 동안 이 정도로 두꺼운 철골은 보지 못했다”며 “역사적인 행사였던 만큼 굉장히 신경을 써서 만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둥을 받치는 콘크리트 역시 20여 개의 구멍을 뚫어 강도를 측정한 결과 충분히 안전할 것으로 판단되는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손봐야 할 부분도 꽤 있었다. 시민들을 태워 성화대로 올렸던 리프트는 모두 교체해야 한다. 리프트를 올리고 내리는 전동 모터는 완전히 녹슬어 손으로 쓸어내리기만 해도 회색 페인트 껍질이 바스러졌다. 모터에 감겨 있는 쇠줄 역시 갈색으로 부식돼 있었다. 성화대 기둥 내부의 철골에 둘러싸여 있는 액화천연가스(LNG)관도 교체해야 한다. 가스관은 성화대에서 불이 타오르도록 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잠실 주경기장은 1, 2층 경기장 좌석 의자가 교체됐으며 2층 화장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개·보수는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잠실 주경기장을 비롯해 서울 시내 경기장의 점검과 보수에 들어갔다”며 “88 올림픽 이후 서울에서 전국 규모의 체육 행사가 없어 시내 경기장 노후화가 심한 상태인데 기존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해 체육대회 이후에도 시민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랫동안 방치돼있던 88 올림픽 성화대를 손봐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 사용한다면 88 올림픽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체육대회에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잠실 주경기장#88 성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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