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살인개미’ 악명 붉은불개미 발견, 공포 재확산…독성 분석 보니?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9월 18일 14시 54분


대구 북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붉은불개미 일개미 7마리가 발견되면서 붉은불개미에 대한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환경부는 17일 건설 현장 관계자가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를 발견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했으며, 검역본부가 붉은불개미로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모두 일개미로 번식 능력은 없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해당 중국산 석재는 중국 광저우 황푸항에서 출발해 8대의 컨테이너에 나뉘어 적재됐던 것으로, 지난 7일 부산 부두에 입항해 10∼11일 부산 감만부두터미널에서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일곱 번째. 가장 최근에는 올해 7월 인천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여왕개미를 포함해 776마리가 발견됐다.

남미에 주로 서식하는 붉은불개미는 크기가 3∼6mm에 불과하다. 이 작은 개미가 화물 컨테이너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붉은불개미의 독에는 알칼로이드인 ‘솔레놉신’과 벌이 가진 펩타이드 독성분인 ‘포스폴리파아제’, ‘하이알루로니다제’ 등이 포함돼 있다. 꼬리 부분의 침에 찔리면 마치 불에 덴 것처럼 심한 통증을 느낀다.

붉은불개미는 ‘살인개미’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별칭을 갖고 있어 국내에서 발견될 때마다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붉은불개미에 쏘여 알레르기로 인한 급성 쇼크, 즉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날 경우 처치가 늦으면 자칫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검역본부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붉은불개미의 독성과 관련해서는 사람이 쏘일 경우 통증이나 가려움증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일부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쇼크 반응을 보이기도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붉은불개미의 독성이 독성지수 1.2로 말벌(2.0)보다 작고 꽃벌류(1.2)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밋이 발표한 ‘곤충 독성지수’에 따르면 붉은불개미의 독성 지수는 1.2다. 꿀벌 1.0보다는 다소 높지만 작은 말벌 2.0, 붉은수확개미 3.0, 총알개미 4.0 보다는 낮다.

붉은불개미에 쏘일 경우 느끼는 고통도 다른 공격성을 가진 곤충들 중 하위권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슈밋 고통지수는 1(덜 아픔)∼4(매우 아픔)의 척도로 고통의 정도를 분류했는데, 붉은불개미에 쏘이는 아픔은 고통지수 1에 속한다. 고통지수 4에 속하는 곤충은 두 종으로 타란툴라호크(tarantula hawk)와 총알개미(bullet ant)다. 타란툴라호크에 쏘이면 목욕 중이던 물 속으로 헤어드라이기가 빠져 감전되는 느낌, 총알개미에 쏘이면 길이 8cm의 못이 뒤꿈치에 박힌 상태에서 숯불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고 한다.

‘미국에서 한 해에 100여 명이 붉은불개미에게 물려 사망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지만, 정확한 통계는 북미에서 70여 년간 붉은불개미에게 물려 사망한 사람은 80여 명이다. 게다가 이들도 100% 붉은불개미 때문에 숨졌는지 확실하지 않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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