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퓨마 1마리가 관리 소홀로 우리를 탈출한 뒤 4시간 반 만에 사살된 가운데, 이참에 동물원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우리나라 전시 동물의 복지 수준은 굉장히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호주 같은 경우에는 시설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서식지를 가서 (동물을) 엿보거나 공부한다든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퓨마뿐만 아니라 사실 동물원에 있는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만일에 풀린다면 사람을 공격할 수는 있다”며 “그런데 그것은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풀리거나 탈출했을 때 무조건 사살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안전도 중요시하면서 동물도 안전하고 또 인도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어떤 포획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던 건가’라는 질문에는 “마취총을 해외에서도 보통 이용을 하기는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위를 정확하게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차후에 인력이라든지 장비라든지 아니면 대응 매뉴얼이라든지 이런 데 문제가 있었다면 개선점을 찾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좁은 곳에 가둬놓고 인간이 구경하는 것이 맞나.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 많이 나왔다’라는 말에는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가슴 아파하고 또 동물원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 사실 동물원이 멸종위기종 복원이나 서식지 보전이나 그런 연구사업도 하고 있지만 사실 오락의 기능을 굉장히 많이 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람의 어떤 즐거움을 위해서 야생동물을 감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해서 한번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사실 동물원을 폐지하자는 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어떤 동물원이 계속 생태계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진화는 하고 있지만 사실 동물원을 폐지한 국가는 없다”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호주 같은 경우에는 시설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서식지를 가서 엿보는 그런 토착화된 동물들을, 생태계 구조를 공부한다든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 거에 비해서 사실 우리나라 전시 동물의 복지 수준은 굉장히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원래 생명 고유의, 동물 고유의 습성에 따라서 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다. 가령 땅을 판다든가 하늘을 난다든가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친다든가 사냥을 한다든지. 그런데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이라고 그런 습성이 없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에 그 안(동물원)에서 자기가 선택해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그래서 동물원이 사실 정상적인 행동을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 행동 통보화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동물원의 경우에는 이런 것들도 제공하지 않는 동물원이 상당히 많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18일 오후 5시 10분경 대구 중구 사정동의 오월드에서 퓨마 1마리가 사라진 것을 사육사가 발견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119특수구조단과 경찰타격대, 동물원 측이 수색에 나서 1시간 반 만인 오후 6시 40분경 동물원 내 배수구 쪽에서 웅크리고 있던 퓨마를 발견했다.
수색대는 퓨마에게 마취총 한 발을 발사해 쓰러뜨린 뒤 우리로 이송할 예정이었으나, 퓨마가 완전히 마취되지 않은 채 다시 달아나는 바람에 포획에 실패했다.
다시 수색을 재개한 수색대는 오후 9시 45분경 우리에서 400m쯤 떨어진 동물원 내 퇴비사 근처에서 다시 퓨마를 발견해 결국 사살했다. 소방 관계자는 “제때 생포하지 못하면 시민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숙의 끝에 사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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