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락한 안전… 스러진 성악가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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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비 마련 공연장 알바 20대여성
리프트 내려가 생긴 7m 구멍 빠져… 나흘간 사경 헤매다 끝내 숨져
극장측 안전망 설치 등 규정 안지켜… 경찰, 과실치사 혐의 2명 檢송치

경북 김천시의 한 오페라 공연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이 무대 리프트가 움직이면서 생긴 7m 깊이의 구멍으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 불감증’이 빚은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김천경찰서에 따르면 6일 경북 김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조연출 박모 씨(24·여)가 오페라의 무대세트에 그림을 그리는 ‘작화’ 작업을 하던 중 리프트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생긴 빈 공간으로 추락했다. 중상을 입은 박 씨는 나흘간 사경을 헤매다가 10일 숨을 거뒀다. 성악을 전공한 박 씨는 독일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당시 무대 바닥에 설치돼 있던 리프트에서 3m가량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극장 무대감독 A 씨의 지시로 리프트가 바닥 아래로 내려갔다. 가로 13m, 세로 6m 넓이의 리프트는 평상시에는 무대 바닥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대 장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리프트가 무대 밑으로 쑥 내려가면 7m 깊이의 구멍이 생기게 된다. 경찰은 박 씨가 리프트가 내려간 것을 알지 못한 채 작업한 그림을 보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극단 무대감독 B 씨는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장안전매뉴얼에 따르면 리프트를 움직일 때는 리프트 주변에 안전 울타리나 안전망을 설치해야 하고, 조작자는 리프트 주위에 사람이나 물건이 없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두 사람을 2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 씨와 B 씨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리프트 하강 전 박 씨에게 ‘리프트가 내려가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고 주장했고, B 씨는 “당시 리프트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 있었는데 리프트 근처에서 박 씨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언젠가 터질 사고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안전 불감증#추락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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