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여자 단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경남 김해지역 극단 ‘번작이’ 조증윤 대표(50)가 징역형을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용범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을 다시 열었다.
앞서 이날 오전 조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징역형’을 듣자마자 맥없이 쓰러지며 정신을 잃어, 선고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조 대표에게 징역 5년 선고와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5년 동안 신상정보 공개 등을 명령하려던 참이었다.
오후에 다시 열린 선고 공판에서는 다 읽지 못했던 판결문 낭독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조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5년 동안 신상정보 공개 및 아동청소년 기관에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조 대표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극단 ‘번작이’ 미성년 여성단원 2명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조사과정에서 조씨는 “합의하에 성관계와 유사 성행위를 했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피해자 1명과 관련해서 무죄를 내렸다. “성관계 이후에도 친밀감이 유지됐던 점 등 증거를 종합해 봤을 때 권세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일관적으로 진술해 그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유죄로 판결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으며, 건강한 성적 가치관에 악영향을 줬다”면서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의 판결 이후 ‘미투경남운동본부’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1명의 피해자와 관련해서는 무죄, 다른 1명의 피해자와 관련해서 징역 5년 판결이 선고됐다”면서 “형량이 부족하며, 무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죄 이유가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청소년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청소년이 연극을 배우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가 활동을 했고, 연출가이면서 극단 대표인 조증윤과 충분히 위계 관계가 성립한다”고 꼬집었다.
또 “징역 5년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서도 가장 최소단위다”며 “최소형량 판결은 재판부가 이번 사안을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미투경남본부는 “1건은 위력에 의한 관계라고 볼 수 없고, 1건은 위력이 행사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면서 “고무줄 잣대처럼 왔다 갔다 하는 기준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2월 서울예대에 재학 중인 여성이 11년 전 16살 당시 ‘번작이’ 단원으로 활동하다 조 대표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폭로했다. 이어 이 여성의 계정으로 또 다른 여성이 같은 극단에서 활동하다 조 대표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경남연극협회는 조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영구제명한 뒤 도민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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