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으시는 물건 있으신가요?”
유니폼을 차려입은 백화점 직원의 질문에 고개를 조용히 내저었다. 걸음을 멈추고 상품을 들어 사진을 찍자 의아해하며 다가오는 직원에게 이들이 나지막이 말했다.
“추석 명절 선물 과대포장 점검 나왔습니다.”
1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에서 상품을 훑어보며 다니는 이들은 서대문구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직원들이다. 단속이라지만 상상하는 것처럼 자리에서 상품 포장을 다 뜯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점검원들은 “과대포장은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유통사가 아니라 상품을 만든 제조사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조용히 진행한다”며 “특히 추석 대목에 ‘점검’이라는 말 자체를 상인들이 꺼려하고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어 조심한다”고 말했다.
점검은 진열된 상품들을 둘러보며 언뜻 보기에 과대 포장된 것으로 보이는 상품의 포장 상태와 제조사가 적힌 뒷면의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해당 제조사로 검사 명령을 내리고 검사명령을 받은 제조자는 포장검사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검사 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속 대상은 제과류, 주류, 화장품류, 완구나 벨트, 지갑 같은 잡화류와 세트로 묶어둔 1차 식품 등이다. 각 품목별로 10~35%까지 허용되는 포장 공간 비율과 1, 2회까지 가능한 포장횟수 제한을 초과할 경우 과대 포장으로 적발된다. 적발될 경우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이후에도 시정되지 않고 추가 적발될 경우 최대 3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내야할 수 있다.
단속원들은 “얼마 전 쓰레기 대란도 있었고 요새는 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이 많이 높아져 예전만큼 과대포장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이날도 4건의 과대포장 의심 상품이 발견됐다. 가장 먼저 적발된 상품은 선물로 주고받는 전통주 2병들이 세트였다. 단속원은 상자에서 술병을 꺼내 보이며 “주류의 경우 상자와 제품 사이에 들어가 있는 고정재의 비율이 상자 전체 면적의 10% 이하여야 하는데 이건 20~30%에 가까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절 연휴 선물로 많이 주고받는 장난감과 화장품류, 식품 종합세트에서도 각 1건씩이 과대포장 의심 상품으로 기록됐다. 화장품 스킨세트와 장난감 뱀 상품에서 제품의 높이가 상자 높이의 3분의 1 가량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됐다. 구 관계자는 “오고가는 넉넉한 마음에 환경이 오염되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시에서 ‘플라스틱 프리’ 도시를 선언한 만큼 더욱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19일 ‘일회용 플라스틱 프리(free) 도시’를 선언하며 2022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현재 대비 50%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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