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50] “모국어인 한국어, 수능서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0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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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번 추석 연휴 이후로 약 50여 일 남게 된다. 9월 수능 모의평가와 수시 원서 접수로 숨 가쁜 9월을 보낸 수험생들이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추석 연휴는 수험생에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중요한 시기로 부족했던 개인의 학습량을 보충하고 막판 학습 습관을 다잡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수능 시험의 출제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학습 방향이 올바른지 최종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치동 학원들에서 이감국어교육연구소의 콘텐츠를 채택해 강의하고 있는 김상훈 강사는 “국어 과목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시험의 구조와 성격, 목표 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모국어인 국어를 오히려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낀다.

“수능 국어 시험은 일단 한국인이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중·고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능 국어는 잘 할 수 있으며, 최소한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별도로 학습을 하지 않으면 아예 방법이 없는 다른 과목과는 달리, 한국인이라면 최소한 우리글을 읽고 무슨 뜻인지는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어에서 유독 ‘감(感)’에 의한 풀이가 강조되거나 ‘타고난 감각’이 필요하다거나 어린 시절 ‘독서량’에 의해 좌우된다는 수능 국어에 대한 일반적인 미신들도 모두 이러한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시험은 다른 것 아닌가.

“그렇다. 수능 시험장에서 80분 안에 정해진 45문제를 풀고 OMR 용지에 마킹을 해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다 다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시험에는 그 나름의 목적과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수능 국어 시험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수능 국어 시험은 단순히 깊이 있게 생각하는 능력(독해력·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정해진 규칙에 따른 일종의 게임(GAME)에 가깝다. 그것은 고등학교 교육 과정이 정한 학습의 목표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한 일반적인 고3 학생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표준화된 수준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행스럽게도 수능 국어 시험은 상당히 한정되고 유형화된 지문 구조와 출제 항목을 갖고 있다.”


― 어떤 유형들이 있나.

“예를 들어 최근에 난이도가 상승한 독서 부분의 지문들도 얼핏 매우 다양해 보이지만 ‘문제점(P)→해결(S)’, ‘의문(Q)→답변(A)’, ‘(비교·차이를 통한) 이항 대립’이라는 단순한 형태를 기본 구조로 하고 있다. 여기에 각 제재별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세부 서술 방식이 더해진다. 가령 과학이나 기술 제재의 지문이라면 과학기술 지식의 일반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조건문(”이럴 때, 이럴수록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이나 과정·단계에 의한 서술 방식을 활용한다. 제재별 성격을 드러내기에 효과적인 서술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지문에서 채택한 서술 방식에 입각해 내용을 잘 읽어냈는가’를 겨냥한 문항이 출제된다. 평가자가 일정한 목표에 따라 지문을 설계하고 문제를 조립해 낸다는 원칙만 이해하고 있다면 시험으로서의 국어에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문학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문학 부문에서는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즉 ‘태도’를 묻는 질문이 출제 1순위를 차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학의 교육 목표가 ‘문학 작품을 통해 인생을 대리 체험한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간단한 규칙을 이해한다면 한국인으로서의 국어 능력을 수능 국어 시험에 맞게 최적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평가원이 요구하는 규칙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다음 글을 정확히 읽고, 물음에 빠르게 답해야’ 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런 문제 유형에 빨리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좋은 것이 지금까지 평가원이 출제한 기출문제들이다. 기출문제를 반복적으로 읽고 분석하면서 평가원이 지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문항을 출제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게임의 규칙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때 스스로의 힘만으로 분석이 어렵다면 강의나 교재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게임의 규칙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연습 게임이 필요하다. 평가원의 규칙과 논리를 철저하게 반영한 콘텐츠를 통해 기출로 다진 실력을 실전 연습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한다. 이 과정을 꾸준히 성실하게 반복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매우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다만 올바른 방향과 좋은 콘텐츠는 검증된 것이어야 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다면, 수능 국어는 절대 못할 수가 없는 과목이다. ‘올바른 방향, 좋은 콘텐츠, 꾸준한 학습’이라는 삼박자만 맞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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