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인규(64)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손현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직원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정 청탁을 받고 점수 조작으로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둔갑시키는 등 채용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쳤다”며 “이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로 채용됐을 지원자가 탈락해 분노와 배신감이 해소되기 어려운 점 등을 미뤄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은행에 입힌 손해를 대부분 갚았거나 공탁했고 40여 년간 대구은행에 근무하면서 은행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노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2015년 영업직 채용과 관련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따른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자금 조성은 불법과 편법을 수반하는 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 할 기업 문화”라면서 “피고인은 비자금 조성에 깊숙이 관여하고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해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점수조작 등으로 사회 유력인사, 임직원 자녀 등 24명이 부정 채용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박 전 회장은 영업지원직 수요가 없는데도 대학 동문과 고교 친구, 우수 거래처 등의 채용 청탁자 3명을 영업지원직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상품권 깡’ 수법으로 비자금 20억여 원을 조성해 1억7000여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도 기소돼 검찰은 지난 4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직원 채용 비리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부행장급 2명과 인사부장 3명은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6개월~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지만 중간 관리자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은행 전·현직 비서실장 등 8명은 실무자로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한 점이 인정돼 300만~700만원의 벌금형에 그쳤다.
재판부는 “중간 관리자로서 상급자 지시와 은행 관행에 따라 부정행위에 가담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이 시 금고 선정에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 부정채용을 청탁한 경산시청 간부공무원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은행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불법 비자금 조성과 직원 채용 비리 등 사상 초유의 대구은행 비리를 엄단해야할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 그쳤다”며 “은행은 채용비리 문제를 주도하거나 방치한 사외이사 외 임직원을 즉각 퇴출하고 부당채용 피해자도 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