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연휴 못 쉬어요”…0.2% 워라밸에 박탈감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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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22일 0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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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시행됐지만…30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 0.2%뿐
임금도 휴일도 격차 더 커져…“한국은 오늘도 ‘일중독’ 국가”



“올해도 용돈 부쳐드렸어요. 추석 끝나고 한번 내려가야죠”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지만, 추석 연휴를 맞은 직장인 풍속도는 달라진 게 없다.

과도한 초과·연장근로를 줄이고 ‘쉴 땐 쉬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근로기준법이 개정됐지만, 당장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 사업체 중 0.2%에 불과해 대부분의 직장인은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모씨(27·여)는 “하필 추석 당일(24일)과 25일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제대로 쉬지도, 명절을 쇠러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하게 생겼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 52시간’ 적용 회사는 0.17%뿐…직장인 간 소외감↑

지난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은 주당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최대 주 52시간까지만 일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됐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함께 1인당 연평균 2069시간씩 일하는 ‘일 중독’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지만, 워라밸을 찾은 직장인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전체 사업체(195만338개) 중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3358개(0.17%)뿐이다. 전국 1735만여명의 직장인 중에서 264만여명(15%)만 ’칼퇴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그나마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주52시간제가 시행되지만, 전체 사업장 중 61%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아 ’워라밸‘ 실현은 요원한 꿈일 뿐이다.

심지어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도 2배 가까이 차이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 1인의 월 평균 임금은 298만3000원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 직원의 월 평균 임금 543만9000원보다 245만원이나 적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더 받고 덜 일하는‘ 반면 300인 이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덜 받고 더 일하는‘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 주 52시간 근로제가 ’갈등‘과 ’박탈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형을 둔 중소기업 직장인 김모씨(31)는 “형은 오후 5시30분이면 재깍 퇴근하고 평일에도 취미생활을 즐긴다”며 “심지어 연휴 전날에는 점심만 먹고 퇴근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형이지만 열등감이 울컥 치밀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이번 추석에도 형은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연휴 5일 내내 쉴 수 있지만, 나는 추석 당일 당직근무를 위해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며 “추석이 다가오면서 일이 몰려 며칠 전에는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다”고 토로했다.

◇정규직 vs 비정규직 격차도 커져…“여전히 일 중독 국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환경 격차도 더 벌어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조합원 9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2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일 연휴를 모두 쉬는 노동자는 439명(48.7%)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136명(15.1%)에 달했다.

’하루도 못 쉰다‘고 답한 비정규직은 전체 응답자 67명 중 41.8%에 달했지만 정규직은 750명 중 13.1%(98명)에 그쳤다. 추석 상여금도 ’없거나 10만원 이하‘라고 응답한 정규직은 46% 수준이었지만, 비정규직은 77.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 근로제와 공휴일 휴무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소수에 불과한 300인 이상 사업장 직장인에게만 혜택이 몰리면서 ’직장인 간 소외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한솔 노무사는 “공휴일은 근로기준법상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다고 직장인들이 공휴일에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주 52시간 근로제와 함께 ’워라밸‘이 강조되면서 대기업 직장인은 더 많이 쉬지만 나머지 직장인은 그러지 못해 소외감이 크게 들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많은 직장인은 명절에 쉬려면 연차를 쓰거나 일을 해야 한다”며 “여전히 우리나라는 ’장시간 휴일 없는 노동‘에 처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최 노무사 특히 “소속 기업의 규모에 따라 휴일의 기간과 형태가 결정되는 것은 직장인에게 ’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며 “한국 사회가 아직 ’일은 많이 해야 하는 것‘ ’일은 많이 할 수록 좋다‘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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