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4450원이지만”…교도소 상대로 권리찾은 재소자

영치금서 출정비용 인출, 기일변경에도 반환 안돼
“국가불신 생기면 교화 어려워…교도소 철저해야”

#A교도소는 수감 중인 재소자 하모씨의 민사소송 조정기일이 지정되자 법원으로 호송하기 위한 출정비용 4450원을 영치금에서 인출해갔다. 이후 조정기일이 변경돼 실제 출정하지 않았지만 교도소 측은 하씨에게 영치금에서 인출한 출정비용을 반환하지 않았다. 하씨는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구치소의 손을 들어줬다.

교도소가 재소자로부터 이같이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감 중인 재소자들은 교정시설로부터 불합리한 대우를 받더라도 불이익을 두려워해 소 제기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부(부장판사 신종열)는 지난 5월 하씨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단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하씨는 출소 후 실제 사용되지 않은 출정비용 4450원과 교도소 수감 중 질병 치료를 위해 외부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영치금에서 인출된 68만8400원에 대해 반환을 청구했으나 사건을 수임하려는 변호사를 찾지 못해 1심에서는 소송대리인 없이 혼자 진행했고 전부 패소했다.

하씨는 2심에서 법률구조공단의 소송구조 결정으로 대리인과 함께 다시 출정비용과 관련해 “특정일 민사재판에 출정하지 않았음에도 출정비용을 출금하고 반환하지 않은 것은 부당이득”이라 주장했다.

교도소 측은 “하씨의 민사출정 비용납부 신청 보고문 및 민사재판 등 소송 수용자 출정비용 징수에 관한 지침 제5조에 근거해 구치소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 할 수 없다”며 “수용 중이나 출소 이후 아무 이의제기가 없다 이제야 이를 신청하는 것은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거동이나 권리남용”이라 반박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내부 보고문이나 지침은 업무처리를 위한 기준에 불과해 내부적 효력을 가질 뿐 일반 국민을 귀속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량운행비를 보전하기 위한 실비징수임에도 민사 출정을 하지 않은 이상 영치금에서 출금한 4450원은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치료비 반환 청구와 관련해선 “형집행법 규정에 비춰볼 때 외부진료비까지도 모두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기 어렵다”며 “해당 교도소의 의료시설과 인력이 형집행법에 따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원고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영치금 사용신청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씨는 2심에서 기각된 치료비용 부분에 대해서도 상고해 현재 재판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씨의 대리인을 맡은 유근성 변호사는 “재소자가 교도소로부터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사유가 생겨도 불이익을 우려해 반환청구를 하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당해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이라 말했다.

이어 “재소자가 교도소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교도소에 이어 국가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것이고 교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이 사건을 통해 교도소가 재소자에 대한 금전문제 등에 대한 관리나 처리를 철저히 해 교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