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 필수 관문…편대 전술 등 임무수행 동승
저압실 훈련 고통 경험·몸무게 6.7배 가속도 훈련 통과
지난 19일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서 정비사의 안내에 따라 T-50이 비행을 위해 격납고에서 이동하고 있다. (공군 제공) © News1
지난 19일 T-50 후방석에 탑승해 훈련 비행중인 기자의 모습. (공군 제공) © News1
지난 19일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서 T-50 비행을 준비 중인 이동현 소령(왼쪽)과 기자의 모습. (공군 제공) © News1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 내 항공우주의료원에서 저압실 훈련 중 산소포화도를 체크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공군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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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군사분야 합의 등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던 날,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골든 이글)을 타고 서해를 날았다. 이륙 3분 뒤 바로 바다가 보였다.
두 정상이 9·19 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및 시범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합의했다는 발표를 들은 직후였다.
◇학생조종사 훈련용 T-50 탑승…1.9km 상공서 임무
기자는 19일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1전비) 189비행교육대대를 찾아 T-50 후방석에 올랐다. 전방석에는 1500시간 비행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인 이동현 소령(34·공군사관학교 54기)이 탔다.
지난달 29일 비행환경적응 훈련을 통과하고 이날 비행 전 사전교육, 브리핑, 항공장구 피팅 및 취급법 교육 등을 거쳐 T-50에 오르자 조종사가 된 것 같았다.
관제탑 허가가 떨어지자 T-50은 활주로를 내달리다가 곧바로 이륙했다. 구름을 가르며 7분 만에 전남 무안 앞바다까지 도착했고 임자도·수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NLL 영공 방위는 보통 공군 제10(수원)·11(대구)·20(서산)전투비행단 등이 맡지만 역사적인 날 서해 하늘을 날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다. 보통 1만5000피트(4.6km) 상공에서 훈련 등 임무를 수행하지만 이번에는 최대 6200피트(1.9km) 상공에서만 임무를 수행했다.
임무수행에 나선 T-50은 전남 장성을 향했다가 무안 앞바다로 금방 빠져나갔다. 이후 영광 앞바다에서 주로 전술 임무를 수행한 뒤 1시간 뒤 기지로 돌아왔다.
이 소령의 안내 후 T-50은 적진 침투시 대형 유지 등 기본적인 편대 전술과 다각도(45·90·180·360도) 선회, 상승·하강 등 공중 임무를 매끄럽게 수행했다.
T-50이 왼쪽으로 급선회하자 엄청난 압력이 온몸에 느껴졌다. 갑작스런 중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입는 옷인 ‘지슈트’(G-Suit)에 공기가 들어오면서 부풀어올랐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보통 자신의 몸무게보다 7~8배 높은 중력도 견뎌야 하는데 지슈트가 필수다. 계기판을 보니 중력가속도 5.3G, 속도는 400노트(740km/h)가 찍혔다.
이 소령은 헤드폰으로 “훈련기로 평소에는 4~5G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T-50을 수평 상태로 유지했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급선회하자 5G의 가속도가 걸렸다.
이번에는 직접 조종간 스틱을 잡아봤다. 왼쪽으로 살짝 움직이니 기체가 예민하게 반응했고 쭉 더 당기니 기체가 한 바퀴 돌았다. 계기판을 보며 수평 상태에서 상승·하강도 해봤다.
이 소령은 “대한민국의 모든 전투조종사는 이곳을 거쳐간다는 자부심으로 교관 조종사 생활에 임하고 있다”며 “올바른 국가관과 인성을 갖춘 후배를 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곳·극한 환경’ 사투 벌이는 전투기 조종사들
화려해 보이지만 사람 1명 겨우 앉는 좁은 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이 조종사다. 잦은 비행과 비상 상황 대기 등 불규칙적인 일정 이외에도 늘 신체의 한계를 이겨내야 한다.
‘1일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민간인이 전투기를 타려면 공군참모총장의 승인을 거쳐 비행환경적응 훈련(항공생리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 공사 내 항공우주의료원(항의원)에서 고공생리·산소장구 등 이론 교육과 함께 저압실 비행훈련·가속도 훈련·비상탈출 훈련, SD(공간정위 상실) 훈련 등을 수료했다.
교관의 설명에 따라 현역 간부 등 20여명과 저압실 훈련을 시작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저압실 내 풍선이 부풀어오르더니 금방 2만5000피트(7.62km)까지 도달했다.
저산소증 실습을 위해 산소마스크를 벗으니 1분 뒤 산소포화도가 99%에서 80%로 떨어졌다. 2분40초가 되니 포화도는 60%가 됐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몸과 다리가 떨렸다. 졸음도 왔다.
교관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며 얼른 마스크를 씌웠다. 다시 산소포화도가 올라가 정상 수준인 99%가 됐다. 산소마스크 없이는 3분도 못 버티는 상태였던 것이다.
첫 관문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고도를 갑자기 낮추자 양쪽 귀가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고통은 수분간 지속됐고 지상 수준으로 내려와서도 한동안 멍멍했다. 군의관은 압력 때문에 피가 났다고 했다.
중력가속도 훈련도 만만치 않았다. 지상에서는 1G인데 6~8G를 느낄 수 있다. 기자는 통과 요건인 6G에서 20초를 버텼다. 6.7G가 되니 시야가 어두워지는 블랙아웃(black-out) 현상도 나타났다.
훈련 전 배운 특수 호흡법이 도움이 됐다. ‘윽, 크흐’를 반복하는 방식인데 중력이 세게 가해지면서 다리 쪽으로 쏠리는 피를 머리 쪽으로 가게 해 기절을 막아준다. 다리·배에도 힘을 줘야 한다.
중력에 의한 의식상실을 지락(G-LOC)이라고 하는데 공중에서의 지락은 조종사에게 곧 사망이다. 강하근 항의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장(공군 중령)은 “실전처럼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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