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광주 남구 서동 무료급식소 사랑의 식당. 노신사가 노숙인과 홀몸노인 80명에게 추석을 맞아 각각 선물세트와 현금 2만 원을 건넸다. 현금은 추석날 여관에라도 가 편안한 하루를 보내라는 배려였다. 노신사는 사랑의 식당을 운영하는 복지법인 분도와 안나 개미 꽃동산 박종수 대표이사(79)다. 박 대표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고 허상회 원장(1935~2016)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기 위해 11월부터 사랑의 식당에서 무료검진을 할 계획”이라며 “허상회 원장의 봉사정신을 배우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고교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에 아이스크림 장사 등을 하며 고학했다. 1960년 서울대 치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치대 입학 직후 아버지가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맸고, 가정교사로 학비를 벌어야 했던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가 무료수술을 해 줄 것을 6개월 간 간청했다. 병원 측의 배려로 그의 아버지는 수술을 받고 17년을 더 살다 작고했다. 이 때 박 대표는 의사가 되면 평생 무의촌 진료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1966년 군의관이 되면서부터 무의촌 진료약속을 지켰다. 베트남에 파병을 갔을 때는 한국군, 베트남 현지인을 가리지 않고 치료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일등훈장을 받았다. 1974년 국군 광주통합병원에서 소령으로 예편한 뒤 광주 동구 충장로에 치과의원을 개업했다.
박 대표는 개업 직후 광주 호남동 성당에서 허상회 원장을 만났다. 그때부터 허상회 원장이 운영하던 구두닦이 소년을 위한 직업소년원을 후원했다. 또 허 원장이 1991년 광주공원 결식노인들을 위해 사랑의 식당을 설립하자 후원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52년간 무의촌 진료를 통해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 3만 명을 보듬었다. 사랑의 식당 의료 봉사활동에는 1969년 전남 신안 낙도 무의촌 진료 때 만나 연을 맺은 부인 박오장 씨(72·전 전남대 간호대 학장)가 가장 든든한 동지다. 박 이사는 “새로 사랑의 식당을 지어 무료진료도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며 “사랑의 식당을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을 전달하는 광주의 꽃동산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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