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자원봉사자 급감 일손 부족
1987년 이후 명절 배식 첫 중단, 후원금도 줄어 급식소 운영에 차질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 오전 11시 광주의 대표적인 무료급식소인 사랑의 쉼터에서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무료급식소, 자원봉사의 손길이 절실해요.”
추석 연휴 동안 일부 무료급식소가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싶어도 자원봉사자 감소로 문을 열지 못했다.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쉼터는 23∼26일 추석 연휴 동안 무료급식을 하지 못했다. 사랑의 쉼터는 노인들이 많이 찾는 광주공원 인근에 위치한 광주의 대표적인 무료급식소다. 사랑의 쉼터는 평일에는 700명, 토요일에는 800명, 일요일에는 300명 정도의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결식 위험에 놓인 노인 70명에게 저녁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1987년 급식을 시작한 사랑의 쉼터가 명절 연휴 기간에 무료급식을 하지 못한 것은 올 추석이 처음이다. 사랑의 쉼터는 22일 추석 연휴 첫날만 무료급식을 했다. 이날 사랑의 쉼터에서 만난 홀몸노인 박모 할머니(75)는 “추석 연휴 동안 무료급식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에서 우유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면 된다”며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추석 연휴에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추석이 쓸쓸할 것 같다”는 박 할머니의 한마디에 외로움이 묻어났다.
사랑의 쉼터가 추석 연휴 급식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자원봉사자 감소로 일손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사랑의 쉼터 자원봉사자는 3, 4년 전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0∼15명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자원봉사자가 하루 평균 2, 3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31년째 사랑의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만세 씨(68)는 “1식 3찬의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 10명 이상이 주방에서 일해야 한다”며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5, 6시간 동안 힘든 주방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원봉사자가 급감한 것은 주 5일 근무제 정착과 노인일자리 사업의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랑의 쉼터 이금자 팀장(53)은 “주 5일제가 완전 정착되면서 토, 일요일과 휴일에는 자원봉사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랑의 쉼터에는 노인일자리 사업 대상자 5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10일 총 30시간 일을 하며 27만 원을 지원받는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면서 노령층 자원봉사자도 크게 줄었다.
올 추석에는 무료급식소 후원도 뚝 끊겼다. 사랑의 쉼터의 경우 지난해 추석에 기업과 관공서 등에서 500만∼600만 원의 후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광주지검에서 후원한 100만 원이 전부였다. 이금자 팀장은 “지난해까지 추석 때 후원금이 들어오면 밀려 있던 세금 등을 냈는데 올해는 막막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전체 인구 146만 명 가운데 노인은 18만862명이다. 노인들 가운데 3만9832명은 홀몸이다. 광주시와 각 자치구는 무료급식소 40여 곳에서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도록 끼니당 2500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무료급식소 대부분이 자원봉사자 감소 등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 동안 홀몸노인 5000여 명에게 도시락 등 추석 선물세트를 제공해 무료급식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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