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세 아기를 둔 각 가정에 이달 들어 아동수당이 처음으로 지급됐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이 돈을 받아 든 부모들은 더 의미있게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모습이다.
아동 수당은 원칙적으로 부모에게 주는 돈이 아니라 아동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부모들을 돕는다는 의미보다는 건강한 성장 환경을 만들어 아동의 기본적 권리와 복지를 높이기 위해 지급한다.
아동수당을 받은 가정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각 가정의 경제적 상황과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아동수당의 용처는 다양하다.
21개월 쌍둥이 자녀를 둔 박앤지씨(35·여·서울 용산구)는 “아동수당으로 들어온 돈은 아기들 이름으로 금융 계좌를 만들어 모을 생각”이라며 “적금이나 장기 투자 목적의 주식을 살까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써버리면 푼돈이지만 모아두면 목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동수당은 ‘국가에서 주는 용돈’이라고 생각해 자녀 용돈 통장에 저금하겠다는 부모도 있다. 송미경씨(33·여·서울 은평구)는 “아기가 받는 용돈을 모아두기 위해 계좌를 만들어 놨었다”며 “아동수당도 이 계좌에 넣어 필요할 때 쓸 것”이라고 답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나 친척들이 아기에 주는 용돈처럼 아동수당도 부모들이 맡아둬야 할 돈이라는 생각에서다.
아동수당을 자녀 교육을 위해 쓰겠다는 가정도 있었다. 장혜진씨(35·여·서울 성동구)는 “지금은 어린이집을 다녀 돈이 안 드는데 유치원에 가면 월 30만원은 든다더라”며 “아들 이름의 적금은 이미 있으니 아동수당은 모았다가 유치원 때 교육비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수당이 육아 부담을 더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정도 많았다. 이홍주씨(27·여·서울 성북구)는 “19개월 아기를 키우는데 예상치 못하게 들어가는 비용이 있어 계획했던 생활비를 넘어서는 때도 많다”며 아동수당이 아기 키우느라 갑자기 커진 씀씀이를 채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월 10만원인 아동수당으로 아기를 위한 ‘작은 사치’를 누리겠다는 가정도 있었다. 도나리씨(32·여·서울 은평구)는 “첫 달은 아들 옷을 사주려고 한다”며 “아동수당으로 장난감도 사주고 좀 크면 교재도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아동수당 10만원이 아쉬운 경제적 취약계층들도 많다. 이들에게는 육아로 힘겨워진 생활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소중한 생계비가 될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 0~5세 244만명 중 아동수당을 신청한 아동은 94.3%인 230만명이다. 이중 자격 심사가 끝나 21일 아동수당을 받은 아동은 83.4%인 192만명이다. 신청 아동 중 2.9%인 6만명은 소득·재산 기준을 넘어 아동수당을 받지 못했다.
2인 이상 가구 기준 소득 수준 90% 이하 만 0~5세인 0~71개월 아동은 매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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