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헬멧 의무화 첫날…경찰 홍보활동서 ‘노헬멧’ 수두룩

시민들 “안전 위해서라면” vs “실효성·현실성 없어”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시행 첫날인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홍보활동에 나선 경찰이 한 시민에게 헬멧을 나눠주고 있다. © News1

“잠시 멈춰주세요. 헬멧 의무착용 설명 드리겠습니다.”

2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경찰들이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막아섰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 시행 첫날, 경찰들이 홍보활동에 나선 것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이날부터 자전거 탑승자들은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만 한다. 2인용 자전거의 경우 뒷자석에 탑승할 때도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시행 첫날인만큼 아직은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탑승한 시민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경찰은 헬멧을 쓰지 않은 탑승자를 멈춰서게 한 뒤 헬멧 의무 착용에 대해 설명했고, 홍보용 팸플릿과 함께 헬멧도 무료로 나눠줬다. 이날 경찰이 가지고 나온 헬멧 30개는 30분만에 동이 났다.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가 갑작스럽게 경찰을 마주하게 된 시민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헬멧을 받아들고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만 헬멧 의무화 규정에 대해서는 시민들에 따라 온도차가 있었다.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장기우씨(27)는 “오늘부터 헬멧 착용이 의무화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직 홍보가 조금 덜 된 것 같다”면서도 “그동안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잘 쓰지 않는 편이었는데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쓰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자전거 데이트를 나온 주진호씨(22)도 “그동안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경찰분들 설명을 듣고 헬멧도 받고 나니 착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어보였다.

직장인 이모씨(33·여)도 “기사를 통해 헬멧 의무 착용에 대해 알게 됐는데 잘 될까 싶었다”면서 “그래도 이런 식으로 홍보가 잘 이뤄지고 헬멧도 잘 구비된다면 차츰 안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헬멧 의무화 규정의 경우 처벌 규정이 없는데다, 일부 시민들의 경우 헬멧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는 이모씨(28)는 “평소 지하철 1~2 정거장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서 “놀러 나가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출퇴근을 하는데 헬멧을 들고 다니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러 온 김다운군(17)도 “외출할 때 열심히 머리를 신경쓰고 나왔는데 헬멧을 쓰면 스타일이 망가지고 답답하다”면서 “아마 강제성이 없다면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강제성이 생기더라도 내 경우엔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경우 거의 모든 이용자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 대여소에 비치된 헬멧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따릉이의 경우 출퇴근 등의 용도로 잠시 이용하는 시민이 많기 때문이다.

평소 ‘따릉이’를 애용한다는 이원준씨(37)는 “라이더족이야 원래 헬멧을 잘 쓰고 다니겠지만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헬멧 수도 별로 없고, 훔쳐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 악취 등 관리도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따릉이 사용자에게 헬멧을 쓰게 하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1월30일까지 홍보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 나온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과 김맹호 경위는 “최근 자전거 사고가 급증하고 있고, 이 경우 머리부터 땅에 떨어져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홍보활동을 통해 차츰 나아지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