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 상영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28일 열렸다. 법정에선 암수살인 일반 개봉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가 상영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상영 금지를 요구하고 있는 실제 사건 피해자의 유족 측은 “인격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투자·배급사 쇼박스 측은 “범인이 아닌 (우직하게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에 초점을 맞춘 얘기”라고 맞섰다.
유족 최모씨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민상환) 심리로 열린 영화상영금지 등 가처분 1차 심문기일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는 창작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2007년 부산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그리고 있는데 범행수법, 장소, 칼에 찔린 부위 등이 그대로 재연된다. 그런데도 쇼박스는 제작 전 단 한 번도 유족 측의 동의 등을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이 영화가 그대로 송출되면 유족은 되돌릴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그런 인격권을 바탕으로 상영 금지를 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잊혀질 권리도 있다. 유족들이 그런 기억을 더 이상 환기하지 않고 대중들이 알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권리”라고도 밝혔다.
이에 쇼박스 측 변호인은 “우린 투자·배급사지만 제작사가 가족 동의를 못 받은 것은 변론에 앞서 일단 사죄 드린다”면서 “실제 영화 제작 과정에서 피해자가 연상되지 않도록 모든 장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쇼박스 측 변호인은 실제 사건이 범인과 피해자가 어깨를 부딪힌 후 일어났고, 영화에서 이를 그대로 그린 것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장면으로 법적 다툼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변호인은 “어깨 시비 후 범행 수법, 증거 인멸 등 장면까지 그대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쇼박스 측 변호인은 유족 가처분 신청의 ‘순수성’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변호인은 가처분 신청이 이달 20일에 제출되고 첫 언론 보도가 다음 날에 나온 것에 대해 “신청 접수 후 바로 신문사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까지 됐다”며 “진정으로 인격권에 대한 소송이었다면 조용히 진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족 측 변호인은 “쇼박스는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영화는 허위이고 실제 사건을 그린 게 아니라는 식으로 나왔다. 가처분 신청과 동시에 유족 입장을 알린 것일뿐 기사화에 다른 목적은 없다”며 “기사가 바로 다음 날에 나올 것을 예상 못했고 포털 검색어도 의도한 게 아니다. 그리고 가처분 신청서를 내니까 유족들에게 사과했다”고 맞섰다.
실제로 유족 측은 영화 제작 마무리 단계 당시 쇼박츠 측에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당시엔 사과를 하는 등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내용증명을 보냈을때 지금 보인 반응(유족에 사과) 정도를 보일 수 없었나. 내용증명 당시 답변은 최근 답변과 다른 것 같다”고 물었고, 쇼박스 측 변호인은 “저희로선 그 상황에서 영화 상영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다시 체크하면서 준비했다”고만 대답했다.
이날 심문기일에는 문제의 장면에 대한 송출 적절성 판단을 위해 영화가 약 50분 간 상영됐다.
이에 불이 꺼진 법정에서 재판부, 변호인 등 소송 관계자, 취재진, 방청객 등 30여명이 앉아 개봉 전의 영화를 함께 지켜봤다.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토대로 제작된 이 영화는 다음달 3일 개봉 예정이다.
재판부는 법정 심문은 28일로 마치고 개봉 당일 전인 1일이나 2일께 상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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