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했네”…‘전좌석 안전띠’ 첫날, 90%가 안전띠 미착용

  • 뉴스1
  • 입력 2018년 9월 28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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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먼저죠” 반응 긍정적이지만…내 안전띠는 ‘깜빡’
택시 적용 안되고 오르막길 기준없어…사각지대 지적도

“아! 알고 있었는데 깜빡했네요.”

‘전 좌석 안전띠 의무착용’ 시행 첫날인 28일, 택시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고 있다가 발견된 A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슬쩍 안전띠를 바로 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국 모든 도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이날부터 2개월 동안 시민들을 상대로 계도에 들어갔다.

안전띠가 없는 시내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은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포함한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를 의무 착용해야 한다.

차량 탑승자 중 한 사람이라도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면 운전자에게 과태료 3만원이 부과된다. 특히 안전띠 미착용 동승자가 13세 미만 아동이면 과태료는 6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6세 미만 영유아는 반드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6만원을 내야 한다.

◇개정법 찬성하지만…안전띠 맨 차는 10대 중 1대꼴

“생명이 먼저죠”

새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이날 경찰 계도활동을 접한 시민들은 대부분 “안전띠 착용이 귀찮기는 하지만 안전이 먼저”라며 새 법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뒷좌석까지 안전띠를 착용한 차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전부터 계도활동을 벌인 서울종로경찰서 교통과 소속 임준혁 순경은 “홍보와 유인물을 접한 시민 대부분이 ‘당연히 안전띠를 매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면서도 “정작 안전띠를 모두 착용한 차량은 10대 중 1대꼴”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1시4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앞 도로에서 펼쳐진 계도활동에서 발견된 한 택시 승객도 뒷좌석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가 황급히 안전띠를 매며 민망한 표정으로 경찰이 건네는 홍보 유인물을 받아들었다.

일반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시민 두 사람도 몰려드는 취재진을 의식한 듯 서둘러 안전띠를 착용한 뒤에야 멋쩍은 얼굴로 창문을 내리고 유인물을 받았다.

다른 택시에 타고 있던 직장인 A씨도 역시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잊었다. A씨는 “오늘부터 전 좌석 안전띠 의무 착용이 시행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안전띠를 안 매 버릇하다 보니 깜빡 잊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뒷좌석 안전띠까지 매는 것은 불편하긴 하지만 생명이 우선”이라며 “앞으로 꼭 안전띠를 매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종로경찰서 교통과 소속 이유나 경사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그보다는 사망사고를 줄이고 모든 시민이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 목적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경찰서 교통경찰은 이날부터 11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전국 주요 교차로나 도로에서 계도활동을 벌인 뒤 계도기간이 끝나는 12월부터는 안전띠 미착용 차량을 상대로 집중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택시 적용 안 되고 오르막길 기준 없어…사각지대 논란

‘불편함보다 생명과 안전이 먼저’라는 개정법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예외 없는 의무’가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만만찮다.

승객에게 안전띠 착용을 강제하기 어려운 영업용 택시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안전띠 착용 안내를 했는데도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면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게는 원칙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어 사실상 택시는 ‘전좌석 안전띠 의무 착용’에서 벗어난 ‘사각지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기사 차만철씨(65)도 “안전띠 의무 착용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긍정하면서도 “승객에 따라 안전띠를 착용하라고 안내해도 매지 않는 분도 있고, 취객의 경우 안전띠 문제로 다툼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안전띠 미착용 차량 단속에도 어려움이 있다. 차 유리를 짙게 선팅해 밖에서는 내부를 잘 들여다볼 수 없어 안전띠 미착용 차량만 골라 단속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경사는 “차들을 일일이 세우고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음주단속이나 교통신호 위반차량 단속과 함께 안전띠 미착용 차량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과 함께 시행되는 ‘주차 시 미끄럼 사고 방지조치 의무화’에서도 한계가 지적됐다.

미끄럼 사고 방지조치 의무화법은 주로 오르막길에 차를 주차한 운전자가 바퀴를 비틀어 미끄럼을 방지하거나, 바퀴 밑에 버팀목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오르막길에 대한 ‘기준’이 없어, 의무위반 단속이 되더라도 논란의 소지가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오르막길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오르막길인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질 경우) 해당 장소에서 제동장치를 하지 않았을 때 차가 미끄러지는 여부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오르막길에 대한 기준을 수치로 정해놓기보다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종합적인 위험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 운전자에게도 합리적일 수 있다”며 “현실적인 위험 가능성이 없는데도 법이 정한 기준에 어긋난다고 범칙금을 문다면 그게 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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