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범죄, 급증하는 몰카 사범
화장실 ‘종이컵 몰카’ 석 달이나 방치… 보조배터리 위장 1년간 안 들켜
수상한 주변 물건 눈여겨 살펴야
끊이지 않는 몰카(몰래 카메라) 범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서울 서초구 몰카 보안관팀이 야심 차게 출정식을 가진 지난달 30일. 공교롭게도 서초구청의 한 직원이 노인 여성과 성매매를 한 뒤 노인의 신체를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음란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는 보도가 났다. 보고를 받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노발대발했고 직위해제는 물론 서울시에 파면을 요청했지만 이미 인터넷에는 ‘일베 박카스남, 서초구청 직원…구청에선 몰카 보안관 출정식’이란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조 구청장의 페이스북에 ‘디지털 성범죄는 이렇게 대대적으로 하시는데 직원 단도리(단속)는 어떻게 된 건가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제대로 물을 흐린 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는 2014년 2905명(남 2856명, 여 49명), 2015년 3961명(남 3866명, 여 95명), 2016년 4499명(남 4382명, 여 117명), 지난해 5437명(남 5271명, 여 166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최근 4년간 무려 1만6802명이 몰카 등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것이다. 이중 애인, 친구, 직장 동료, 이웃 등 이른바 면식범에 의한 범죄도 2014년 391명, 2015년 541명, 2016년 774명, 2017년 939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1일 해군사관학교에서는 몰카 범죄를 저지른 A 생도(21)가 퇴교조치 됐다. A 생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여생도 숙소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몰래 숨겨 놓고 10여 차례에 걸쳐 촬영했다가 적발됐다. A 생도의 범죄는 이달 중순 화장실 청소 도중 한 생도가 종이에 감싼 스마트폰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변기 뒤쪽에 놓인 스마트폰은 흰색 A4용지로 감싸 있었고, 카메라 렌즈 쪽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 탈의실에서 발견된 몰카도 이 기관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이 설치한 것이었다. 이 남성은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로 위장한 몰카로 무려 1년간 들키지 않고 촬영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대대적으로 몰카 범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근절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이 때문에 각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화장실에서는 종이컵 등 불필요한 물건이 놓여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기 여주의 한 주민센터에서 발견된 몰카는 일회용 종이컵 속에 숨겨져 있었다. 무려 석 달이나 놓여 있었지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다가 큰 봉변을 당한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는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서는 게 가장 좋다. 버스정류장,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주변을 계속 맴도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수상하다고 느껴지면 개인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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