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6시경 뚝섬유원지 인근. 한강의 석양을 볼 수 있는 ‘야간 카약’에 탑승하기 위해 시민 40여 명이 모여 들었다. 카약은 동력이 없는 배를 양쪽 노로 젓는 방식으로, 한강공원 인근의 카약 대여업체에서 1인당 2만∼3만 원을 내면 빌릴 수 있다.
오후 7시가 넘자 해가 완전히 저물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데도 카약 탑승은 이어졌다. 어두운 강 위에서 카약을 타는데도 이들이 갖춘 안전장비는 구명조끼 하나뿐이었다.
어둠 속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카약 두 척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카약끼리 부딪친 것이다. 김모 씨(30)는 “초보자인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방향을 잡기 힘들어 지나가는 다른 카약과 부딪쳤다”고 했다. 실제로 한강에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경광등이나 랜턴을 달고 있는 카약은 한 척도 없었다. 카약 탑승자가 물에 빠질 경우 자신의 위치를 알리거나 구조 요청을 할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 반대편에서는 카약 한 척이 청담대교 북단을 향해 홀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카약이 뒤집힐 듯 좌우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배를 도와줄 가이드는 없었다. 야간 카약을 운영하는 A업체 대표는 “참가자 10∼15명당 한 명의 가이드가 배치되는데 잘 따라오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주 세한대 해양레저학과 교수는 “야간에는 카약을 비롯한 수상레저스포츠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유람선의 물살이나 바람 등으로 카약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위치를 알릴 경광등이나 호각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라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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