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공개 비판한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가 이번엔 막걸리 맛을 결정하는 요소에서 물이 중요하다는 백종원 씨의 주장을 일부 반박했다.
황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고 백 씨를 비판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방송 안 봤다. 이 기사 봤다. 기사에 방송 내용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오늘 오전에 다시 보기를 해서 방송 봤다. 방송 보니 더 가관이었다. 이 기사가 틀리지 않았다. 명욱 씨 말에 나는 동의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황 씨가 함께 올린 글은 주류문화칼럼니스트인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이 올린 ‘백종원 말이 맞을까? 막걸리집 사장 말이 맞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이 글에서 명 부관장은 막걸리 맛을 결정하는 요소 중 물이 중요하다는 백 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누룩이 중요하다는 막걸리 집 사장의 주장도 맞다고 평했다.
명 부관장은 “백종원 씨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수돗물이라는 정성 없는(?) 물을 쓰지 말고 더욱 고민하라는 의미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막걸리보다는 대중이 좋아하는 입맛을 맞추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그래야지 매출도 오르고 사업도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수돗물을 써서 막걸리가 맛이 없다는 논리나, 기존 적응된 맛의 막걸리와 비교하면서 막걸리 집 사장을 아집만 있는 청년으로 묘사한 부분에 있어서는 예능이라는 의도가 느껴지는 불편한 방송이었다”고 지적했다.
황 씨는 이어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박사와 한국농수산대학교 최한석 교수 등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한 ‘막걸릿집 사장의 누룩 고집? 이번에는 백종원이 틀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하며 “쌀과 누룩, 발효실의 조건 등 기타 요소가 막걸리 맛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물의 차이는 크게 신경 쓸 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황 씨는 “막걸리 맛에 물이 미치는 영향은 물론 있다. 물에 함유된 미네랄의 종류와 양에 따라 막걸리 맛에 변화가 생긴다. 물에 든 미네랄을 따져가며 막걸리를 빚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나 자체 연구소 정도 차려놓은 양조장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현실에서는 양조장마다 쓰는 물이 다 달라 ‘어떤 물이 막걸리 맛을 좋게 한다’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물을 쓰니 이런 맛의 특징이 있다’는 정도의 일로 여긴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실제로 물의 차이로 인한 막걸리 맛의 차이를 분별하여 구체적으로 말을 해보라 하면 불가능하다”며 “그러니 막걸리를 잘 빚으려면 잡맛이 없는 위생적인 물이면 충분하다. 수돗물은 안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염소 냄새가 문제이면 수돗물 받아다 하루 이틀 두었다 쓰면 된다”고 말했다.
황 씨는 또 “의뢰받은 강연이 아니라, 내가 기획하여 던진 첫 대중 강연의 주제가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였다”며 “미각을 갈고닦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 음식 맛에 대한 분별이 일부 생길 수도 있으나 인간의 감각이란 게 워낙 허술하여 그 분별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음식 공부 하다가 인간 공부로 넘어가면서 깨달은 것이었다. 맛은 음식에 있지 않다. 우리의 감각에, 궁극적으로는 뇌에 있다. 당신의 뇌를 믿지 마시라”고 꼬집었다.
앞서 황 씨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지난달 12일 방송에서 백 씨가 막걸리 가게 사장을 상대로 브랜드명을 감춘 12개의 막걸리를 테스트하는 장면을 캡처해 페이스북에 올리며 “방송에서 이랬다고? 아무리 예능이어도 이건. 전국에 막걸리 양조장 수가 얼마나 되나? 저도 꽤 마셔봤지만 분별의 지점을 찾는다는 게 정말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양조장의 막걸리도 유통과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라 12개의 막걸리 브랜드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기를 했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다”며 “이들 막걸리를 챙겨서 가져온 사람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막걸리 맛을 잘 안다고 잘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의 대박 떡볶이집 할머니는 떡볶이를 싫어하셔서 맛도 안 보신다는 거, 다들 아시지요?”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내가 전국에서 12종의 막걸리를 선별하여 가져오겠다. 이를 맛보고 브랜드를 모두 맞힐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라. 내기를 걸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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