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동작구 사당역 내부에서 만난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 김외선(78)씨는 활짝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단순한 소일거리로 시작했던 일이 인생의 활력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집도 없고 수입도 없는 와중에 복지관에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 신청하라고 해서 지난 3월부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적게나마 수입이 생기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게 길 안내를 하고 이런 저런 도움을 주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세대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최근엔 ‘노인혐오’라는 개념마저 생겨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의날(10월2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2017년 노인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장년 87.6%가 ’노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노인‘과 ’지하철‘을 부정적으로 연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만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노인 무임 승차‘ 제도가 적자를 유발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요금을 왜 안 받느냐”, “같은 칸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식의 인터넷 댓글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씨처럼 지하철이 노인들에게 사회 구성원을 돕는 일터이자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경우도 다수 있다.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란 보건복지부에서 2016년 10월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시작한 활동이다. 복지부와 서울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등이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며,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와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중 시각 장애인 도우미를 선발한다.
시범 사업 시작 3개월 만에 6000여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취약 노년층과 장애인 간 상호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시범 사업 당시 38개 지하철역에 배치인원 595명이던 이 서비스는 올해 70개역에 배치인원 1249명으로 확대됐다.
김씨는 “오전 10시에 나와서 오후 1시에 가는데, 같이 일하는 도우미가 있어서 교대로 30분씩 일하고 쉰다. 개찰구 앞에서 대기하다가 역무실에서 전화가 오면 시각장애인을 도우러 이동한다”며 “하루 3시간, 한달에 30시간을 일하고 매월 27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역에서 일하는 2년차 시각장애인 도우미 정영재(78)씨는 “돈의 액수를 떠나 나와서 일을 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복지관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이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빠른 시간 안에 글을 읽고 설명해주는 게 어려웠는데 이제 역 내부를 훤하게 외웠다”면서 “시각장애인들뿐 아니라 역 내에서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정씨가 시각장애인 보조 업무가 없을 때 앉아있는 동안 지하철 역 내부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위치와 출구 위치, 역 주변 지리를 물어봤다. 그중 학생 이지은(22)씨는 “사는 곳이 수원이라 사당역 지리를 잘 모른다. 역 내에 도우미 조끼를 입고 앉아 계셔서 길을 물어봤다”면서 “우리 할머니 같고 물어보기도 마음 편해서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파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시각장애인 도우미 봉사를 사회 참여 방식으로 여기면서 지역 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이동권을 보조해주고, 어르신 입장에서는 장애인분들을 돕는 보람을 갖는 등 상호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 복지본부 관계자는 “각 구에 있는 노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지하철 시각장애인 도우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상생형 복지·일자리 사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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