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해외 주요국에서는 고속도로 주말 통행료가 평일보다 싸다는 점을 알면서도 국내에서는 주말할증제를 도입해 계속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3일 입수한 도로공사의 2015년 12월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차등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은 모두 우리나라와 달리 주말 고속도로 이용 가격이 평일보다 쌌다.
일본은 경차와 승용차를 대상으로 주말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30%,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50%의 통행료를 깎아준다. 캐나다는 주중에 비해 주말이 약 5∼10% 저렴하다. 호주는 시드니 통근자가 대부분 이용하는 고속도로(하버브리지 하버터널) 주말 이용자에게 1∼1.5호주달러를 감면하고 있다. 2002년 건설된 영국의 한 고속도로(M6톨모토웨이)는 주말 주간요금이 평일 주간요금보다 0.7파운드 저렴했다. 도로공사가 2015년 9∼10월 경차, 승용차 운전자 307명을 대상으로 주말할증에 대해 물은 결과 “주말할증이 필요 없다”는 의견이 63%였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앞서 도로공사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2010년 12월 발간한 요금체제 개편방안 연구보고서에도 캐나다, 영국, 프랑스, 일본은 모두 주말 요금이 평일보다 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2011년 말부터 주말할증제를 도입해 주말·공휴일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5% 더 받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평일 대비 주말 고속도로 통행량은 1.4%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친 반면 시민들이 추가로 낸 통행료는 2200억 원에 달했다(본보 9월 12일자 A14면 참조).
도로공사 관계자는 “해외 고속도로의 경우 평일 통행량이 주말 통행량보다 많기 때문에 주말에 차가 많은 우리와는 반대로 할증이 붙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올 5월 ‘주말할증제 폐지 권고’ 검토를 할 당시 도로공사가 “해외에서도 차등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득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당시 권익위는 제도 폐지를 권고할 방침이었으나 우리 쪽에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해외 선진국 사례를 설명했더니 폐지 권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외국에서는 주말 요금을 깎아주고 우리나라는 더 받는데 이를 ‘차등요금제’라고만 표현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 관계자는 “제도 폐지 여부는 도로공사나 국토교통부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만 말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2011년 말 평일 출퇴근 시간 통행료 할인제와 주말할증제가 패키지로 도입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할인한 총액이 할증액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추석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등 시민의 편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말할증제를 고친다면 할인액을 줄이는 방향과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