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실체 규명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모양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게 할 것으로 주목받은 ‘양승태 USB’도 ‘빈 깡통’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더해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은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반복된 압수수색 영장 기각 결정과 함께 장시간이 지나 실효성 있는 압수수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USB(이동식 저장장치) 2개에 대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해당 USB에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작성된 문건이 담겼다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문건 내용과 삭제 시점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USB 확보가 수사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진 점,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이 USB를 자진 제출한 점 등을 이유로 큰 기대는 않는 분위기다. 애초 USB 문건에서 사법 농단 관련 문건이 나올 경우 보고 라인에 있는 고위 법관 등 상대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법원의 반복된 압수수색 영장 기각 판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수사 초기 청구한 영장이 발부됐으면 보다 실효성 있는 압수수색이 가능했을 거라는 것이다. 검찰은 같은 이유로 전직 대법관 상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 역시 핵심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자료 확보 수단인 행정처 자료 임의 제출 역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자료 제출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법관 인사 자료 등 필수적인 자료는 제출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종전과 크게 다른 협조를 받고 있는 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전·현직 판사 수십명을 불러 조사하는 방식으로 우회 전략을 취했고 일부 진전을 이루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수차례 기각됐던 양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들 상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점, 이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이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전날 압수수색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우회 전략 성과로 거론된다.
검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혹 전반이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그간 알려진 것 이외 추가 의혹이 지속해서 불거지면서 수사가 확대, 의혹 전반에 대한 실체 규명까지는 다소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전·현직 판사 다수를 상대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여전히 높은 문턱 등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이 사건 수사가 계속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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