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5일 1심 선고 불출석…생중계는 예정대로

법정선고 생중계 첫 전직 대통령 부담 “국격 해쳐”
변호인 “건강상태와 과격행동 발생시 경호도 염려”

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한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측이 선고공판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건강 이상 문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피고인 신분으로 선고받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점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강훈 변호사는 4일 기자들에게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해 의논했다”며 “변호인들 협의를 거쳐 5일 법원에 선고 공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불출석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선고 시간이 2시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로는 그 시간 내내 법정에 있기 어렵고, 중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지를 요청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은 재판부가 지난 2일 이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을 생중계하기로 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 변호사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 긴 선고 시간이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선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변호인 측에서 이미 예측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서다.

실제로는 TV에 피고인으로 비치는 첫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되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은 지난해 8월 대법원이 규칙을 개정한 이후 생중계가 되는 세 번째 재판이다. 법원은 지난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과 7월 ‘특활비·공천개입’ 1심을 생중계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법원이 생중계를 한 전례는 없다. 박 전 대통령 선고의 경우 두 번 모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 궐석 상태에서 진행됐다. 피고인이 출석한 선고의 생중계는 이번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이 처음인 셈이다.

실제로 강 변호사는 불출석을 결정한 또다른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법정 입장·퇴정 모습까지 촬영하도록 돼 있다”며 “전직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국민·해외에 보여 주는 건 국격의 유지와 국민들의 단합을 해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선고는 공개법정에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는 것으로, 유·무죄에 따라 각각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과격한 행동도 있을 수 있다”며 “경호 문제가 염려되고, 그런 행동을 저지하는 모습이 중계방송으로 비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5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선고공판에는 변호인만 출석한 채 진행될 전망이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출석을 기다리기 위해 재판부가 선고를 미루는 경우도 있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구속 만기(10월8일) 전에 선고해야 하는 만큼 더 이상 선고를 미루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