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던 섬이 낯설다.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 ‘무인도 3총사’인 섶섬(사진), 문섬, 범섬. 서귀포 해안에서 바라본 섬 풍광이 정면이라면 그 뒷모습은 너무나 생소했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경관이기에 섬 자체가 색다르게 느껴졌다.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봐야 실체에 보다 다가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섬에서 서귀포를 바라봤을 때 마치 해안을 거느리고 호령하는 듯한 그 섬들은 ‘제주 부속 섬’이 아니라 주인공이고 주체였다.
3개 섬 모두 기암괴석과 조면암류 주상절리가 발달했다.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흐르다 식는 과정에서 부피가 수축해 만들어지는 다각형 기둥이다. 평소에는 회색을 띠다가 노을이 비칠 때는 연한 분홍빛이 입혀진다. 풍화, 해식 작용 등으로 암석 표면에 깊게 파인 요(凹)형이나 벌집 형태의 구멍인 풍화혈 역시 섬 풍광을 이루는 요소다. 돌돔, 벵에돔, 감성돔 등이 잡히는 천혜의 낚시터이기도 하다.
섶섬은 구실잣밤나무 담팔수나무 등과 함께 아열대식물인 꼬리고사릿과의 파초일엽 자생지(천연기념물 제18호)다. 문섬은 나무가 없다가 어느새 숲을 이뤘고 수직의 해저 벽은 연산호와 아열대 어종이 서식하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호랑이가 웅크려 앉은 형상과 같아서 이름이 붙여진 범섬은 한때 주민이 살면서 농사를 지었으며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난을 일으킨 원나라 목자들을 섬멸해 몽골 지배를 종식한 역사의 현장이기도하다. 문섬 범섬은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421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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