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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용 머리에 늑대 몸 아이’…조선시대 괴담 어디까지?
뉴시스
업데이트
2018-10-04 22:20
2018년 10월 4일 22시 20분
입력
2018-10-04 22:18
2018년 10월 4일 2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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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괴담은 어떤 것이 있을까. 또 선현들은 이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을까?
한국국학진흥원은 ‘선인의 상상력’을 소재로 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0월호를 발행했다.
4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조선시대 기록에는 일식·월식·혜성과 같은 천문현상, 우박·천둥·번개와 같은 기상현상, 가뭄·홍수와 같은 재난, 기이한 동·식물의 등장과 행동 등 다양한 자연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그들은 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현상에 관한 의미를 부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상상했다.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는 ‘공자님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셨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괴(怪)는 기괴한 일, 력(力)은 차력처럼 초인적인 힘, 난(亂)은 난세에서 일어날 법한 막 나가는 현상들, 신(神)은 초자연적인 신비로운 일을 가리킨다.
조선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하는 왕조국가로서 모든 선비들은 공자의 가르침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공자의 말씀대로라면 모든 선비들과 백성들은 괴력난신을 입에도 담지 말아야했다.
하지만 괴력난신은 버젓이 살아남아 전설이나 괴담으로 구전되거나 일부 기록으로 남겨졌다.
조선 후기 들어서는 고전소설의 주요 테마로 소비되면서 백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전통시대 괴력난신은 어떻게 기억되고 전승됐을까.
이야기에 담긴 경험과 상상력은 조선시대 민초들의 팍팍한 삶과 어두운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조선 후기 선현들의 일기자료에 담겨 있는 기이한 이야기들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흉흉해지고 피폐해진 사회상이 반영돼 있다.
창작자들은 현실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환상의 세계를 그리기도 하며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사물과 현상을 왜곡하거나 변형하기도 했다.
◇나라가 흉흉하니 이상한 징조가 연이어 나타나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8년이 지난 선조 39년(1606년) 6월 20일, 정경운(鄭慶雲 1556~1610)이 집필한 ‘고대일록(孤臺日錄)’에는 황해도에서 얼굴이 여섯이며 길이가 10척(대략 10m)쯤 되는 물고기가 잡혀 장계를 올렸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철종 3년(1852년) 9월 28일 서찬규는 ‘임재일기(臨齋日記)’에 ‘땀 흘리는 비석 이야기’를 기록한다.
일주일 동안 비가 몹시 오고 춥다가 비가 그친 날 성균관 사람들이 탕평비(蕩平碑) 앞으로 분주히 달려가 ‘비석이 땀을 흘린다’며 매우 괴이하게 여겼다.
서찬규는 최근의 기후 때문에 생긴 과학적 현상으로 다른 비석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성균관 유생들이 영조대왕의 ‘탕평비’가 땀을 흘린다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극심한 세도정치로 기울어가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읽혀진다.
민심은 천심인지라 이 소식은 이튿날이 되자 장안에 널리 퍼졌다.
을사늑약이 있기 1년 전인 1904년 8월 박주대(朴周大)는 ‘저상일월’(渚上日月)에 의성의 금성산 밑에서 용머리에 이리 몸을 하고 온몸에 털이 나 있는 아이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기록한다.
부부는 이를 해괴히 여겨 땅에 파묻었는데 묻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역시 살아서 먼저 돌아와 있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했다. 아이는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안동에 있는데 아직 그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초들, 괴력난신 스토리에 현실의 고통 잊어
유교적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관료들과 유생들이 괴력난신을 하늘이 전해주는 심상치 않은 시그널로 인식하며 사회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현실 생활에 고통 받는 백성들은 이상사회를 꿈꾸며 환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로 삼았다.
또한 백성들 사이에 유행했던 이야기는 그들이 품고 있는 원한을 통쾌하게 풀어내는 한풀이의 장이기도 했다.
어느 시대에나 ‘창작자’는 당대의 사회상을 꼬집거나 현실에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을 이야기로 구체화해 다수의 청중들을 위로하거나 열광시켜 왔다.
현실적 좌절과 미래적인 희망이 혼재해 온 ‘아기장수’ 이야기는 2017년 인기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으로 창작됐다.
‘구미호’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 납량특집 단골메뉴였다.
갑질 사또의 원한을 품고자 하는 ‘처녀귀신’ 이야기는 2012년 방송된 20부작 드라마 ‘아랑사또전’으로 창작됐다.
웹진 담(談) 편집위원인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칼 구스타프 융과 그의 동료들은 집단으로 전승되는 신화와 전설, 민담을 집단무의식의 ‘원형(archetypes)’이 녹아 있는 지혜의 보고(寶庫)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 이야기 속 집단무의식은 백성들의 염원과 지향을 담고 있는 만큼 사회변화의 폭이 큰 오늘날의 감수성에 맞게 새로운 창작콘텐츠로 활발하게 재생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동=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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