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병원 빠져나온 50대 노숙인, 환자복 입은채 탑승… 시민 신고
4일 서울의 한 시립병원에 입원해 있던 활동성 결핵 환자가 출근시간대 지하철에 타는 바람에 승객들이 전원 하차하는 소동을 빚었다. 보건당국은 전파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격리가 필요한 결핵 환자가 도심을 활보해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18분쯤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행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이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타고 있다”고 역무실에 신고했다. 당시 전철은 3호선 경찰병원역을 지나친 상황이었다. 이후 오전 8시 20분경 대청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A 씨(59)를 데리고 열차에서 내렸다.
A 씨는 자신의 상태를 살피던 대청역 직원에게 결핵 환자라고 말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검사한 결과 A 씨는 전파성이 있는 ‘활동성 결핵’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오전 9시경 해당 열차를 안국역에 멈춰 세운 뒤 승객들을 전원 하차시켰다. 차량기지에서 내부 소독을 하기 위해서였다.
A 씨는 결핵 진단을 받고 은평구의 한 시립병원에 입원한 노숙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을 만나겠다며 3일 저녁 병원을 빠져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A 씨를 원래 입원한 병원으로 돌려보냈다. 결핵 전문으로 알려진 해당 병원 측은 “개방형 병동이라 수십 명의 결핵 환자를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 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로 인해 결핵균이 퍼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활동성 결핵 환자와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 이상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사람’이 검진 대상이 된다.
권기범 kaki@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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